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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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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씨 Feb 22. 2016

16/2/1~22-게으름도 병이다.

이정도면 중환자.

광천동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은 물건을 사기위해 방문하지는 않지만 자주 들린다. 주머니 사정이 그리 두둑하지 않고 필기구나 연습장을 팔지도 않으니 잠시 스타벅스들리거나 지나가는 곳.  버스에서 내려 육교를 바라보며 빠르게 그려봤다. 역시 추운날 밖에서 그림은 건강하지 못한 선택이다.


새치를 뽑다가 검은 머리카락을 뽑은 경우가 많다. 돈이 나가는 일도 아니지만 그 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점점 줄어드는 머리카락을 보며 세월의 파도에 잠기는 기분이다. 새치는 쪽집게 뽑자.


미용실에서 빠마를 했다. 안경을 벗으니 거울 속의 내 모습도 흐릿하고 수첩의 선들도 흐릿하다. 선명하게 보이던 때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보여 힘들었고 흐릿하게 보이는 지금은 보이지 않아서 힘들다. 적당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미용실에서 깨닫는다.


자주가는 카페의 옆은 길에서 쉽게 보이는 아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매장이 있는 햄버거 체인점이 있다. 우숩게도 이는 카페와 한 건물에서 칸만 나눠놓은 상황이라 벽의 틈 사이로 햄버거의 향긋한 기름향기가 넘실넘실 넘어온다. 자리를 옮겨야 한다. 위험하다 이곳은.


이제 곧 서울로 이직하는 부부의 신혼집을 방문했다. 깨끗한 신혼집에 잘 꾸며진 인테리어를 놓고 서울로 가야해서 많이 아쉬워했다. 광주에서 소수의 인맥 그리고 그중에서 두 명이 서울로 이동하니 나도 많이 아쉬웠다. 친구가 점점 줄어든다. 이래서 결혼을 하는가 생각해본다. 친구는 점점 줄어들고 자신과 함께할 누군가는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면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하는건가? 괜히 아쉬운 마음에 헛생각을 해본다.


건물 그리는 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특히나 밖에서 혼자 편하게 그리는 그런 시간이 더 좋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온전하게 대상과 나 그리고 종이만 이 시간에는 중요하다. 하지만 다리는 이 시간을 싫어한다. 아프다. 쉬고 싶다. 앉고싶다. 미안해 다리야. 다음에는 의자를 가지고 다닐게


욕실의 환풍기가 고장났다. 나는 기계를 분해하고 수리하는 능력이 거의 전무하다. 매형이 와서 새로운 환풍기로 갈아줬다. 매형은 기계를 잘 다룬다. 하지만 컴퓨터를 다루지 못한다. 나는 컴퓨터를 그나마 잘 한다. 상부상조의 미더덕이 바로 이런거겠지.


더 바디샵의 블루베리 샤워젤을 주로 사용한다. 향긋한 블루베리의 향의 달콤함이 좋아서 매번 이 녀석만쓴다. 어느새 다 써버린 빈통을 보고 여분의 샤워젤을 찾았지만 그게 마지막이더라. 샤워를 끝내고 주문을 한 뒤 떠나가는 녀석을 그려줬다. 어차피 새로운 녀석이 오겠지만 사람마음은 그게 아니니까.


기계를 다루지는 못 하지만 그리는 것은 재미있다. 여자친구의 네일샵에서 사용하는 드릴을 그려봤다. 그리면서 즐겁기만 한편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치과가 생각났기에. 오늘은 양치를 열심히 해야지.


그림을 그리면서 동영상을 촬영한다. 다이소에서 산 3천원짜리 삼각대와 1년넘게 잘 쓰고 있는 베가 아이언2, 부족할 수 있는 장비지만 그래도 좋다. 나에게는 이녀석들도 과분하니깐.


얇고 야들야들한 선을 주로 사용하지만 이런 굵고 단정한 선도 좋아한다. 물론 이런 선으로 그린 그림들의 반응이 더 좋아서 살짝 속상할 때도 있지만 잠시뿐이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와인이죠. 사실 난 맥주를 더 좋아한다. 


골목길에 있는 대상들은 언제나 수첩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내 수첩으로 성큼성큼 들어온 이녀석은 율무차가 맛있는 자판기다. 율무차는 사랑이죠.


광주의 중심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금 더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 아직은...


일주일치 그림수첩을 한꺼번에 올려야지 했다가. 결국 22일의 그림 수첩을 올리는 게으름은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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