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씨 Jul 01. 2016

숭늉 같은 아메리카노

샷은 반만 넣어주세요.

그림을 그리기에 최적의 장소는 바로 카페. 시원한 에어컨과 테이블 그리고 화장실도 깔끔한 그런 곳에서 그림을 그리면 이상하게 잘 그려지는 기분이 든다. 물론 기분만.


커알못이라 샷을 반만 넣은 구수구수구수한 숭늉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네 엄청 연하게요"말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기존의 샷 반만. 사이즈를 올리면 역시 똑같이 반으로.


연한 아메리카노는 자주 그리고 많이 마셔도 부담이 없다. 약간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누룽지를 먹는 그런 포만감에 아이스크림을 올리는 기분이랄까.


처음 카페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대부분 주문한 음료나 음식을 그렸고 이제는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나 공간을 그리고 있다.  그림은 점점 바뀌고 있어도 주문하는 커피는 한결같은 게 뭔가 있어 보이지만 우유를 잘 못 먹으니 값싼 아메리카노가 제일 잘 맞아서 그런다.


오랜만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그려봤다. 채색이라는 어색한 녀석도 동참을 했는데 가끔 이 녀석을 빼고 싶은 격한 파도가 밀려온다. (물감 다 쓰기 전까지는 꾸역꾸역 칠하겠다 다짐을 했다.)


몰스킨 스케치북 / 라미사파리/ 윈저앤뉴튼 고체물감

스타벅스를 그리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로고 즉 사이렌의 얼굴이 제일 어렵다. 저 부분에서 방심하면 너무 무섭게 그려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거의 대부분 방심이 아닌 실력으로 무섭게 그린다.




큰 도로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굴삭기나 중장비를 보면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으로 자료를 남긴다. 


익숙한 애들보다 뭔가 어마어마하게 거대거대한 그런 녀석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파트 공사장도 아닌 2차선에서 그런 장비를 구경하기는 힘들다.


괜히 이런 작업장의 아이템은 멋있어 보인다. 꼴에 남자라서 그런지 드릴과 중장비에 대한 호기심은 아직도 은은하게 남아있다. 그림 도구들과 전동 드릴 중 고르라면 물론 그림 쪽이지만.


유튜브 동영상 / 3분 51초

매번 느끼지만  인기 없는 아이템을 잘도 골라서 동영상으로 남기는 묘한 능력이 있다. 녹화하는 카메라가 없으면 느긋하게 그릴 수 있고 녹화 중이면 뭔가 도망치듯 빠르게 그림을 그린다.


둘 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방식이지만 동영상 촬영은 한큐에 그림을 끝내야 하니 심리적으로 압박이 있다.




포켓 사이즈의 수첩에 그림을 자주 그린다. 예전에는 이 크기가 딱 적당하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살짝만 더 컸으면 하는 그런 고민을 한다.


크기가 커져도 그림의 밀도가 그대로면 별 의미가 없겠지만 포켓 사이즈의 수첩은 빠르고 간결하게 그리는 그림의 용도로 사용하는 게 괜찮아 보이고 라지 사이즈는 건물이나 조금 더 디테일하게 그리는 용도가 적당해 보인다.


기존의 구매한 포켓 사이즈 수첩이 아직 남아 있으니 이를 빨리 그림으로 채우고 다른 크기의 노트로 환승해야겠다.


몰스킨 아트웍 선물로 a4 사이즈의 워터컬러 앨범을 받았는데 이 후기는 마지막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붓질 한번 할 때마다 손을 떤다. 



지금은 아시아 문화전당 전시장으로 사용되는 구 전남 도청 별관 건물이다. 낮에 보는 모습보다 밤에 조명이 있을 때 보는 모습은 매우 다르다. 물론 조명이 있는 저녁의 모습이 훨씬 멋있다.


카페에 앉아서 건너편에 보이는 구도청 별관 건물을 그리는데 옆의 본관을 제대로 그리고 싶은 마음이 무럭럭 자라났다. 날씨 좋으면 나가서 한량처럼 그려봐야지.


유튜브 동영상 / 3분14초


선물로 받은 몰스킨 워터컬러 앨범 a4사이즈에 그림을 처음으로 그렸다. 자동차를 그리고 싶어서 원하는 느낌을 상상한 뒤에 시작했는데 펜선까지는 그 느낌처럼 그렸다.



채색에서는 느낌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자를 이용해서 하단에 일정한 간격으로 "불.조.심" 문구를 넣어야 할 듯한 포스터처럼 마무리했다. 종이의 가격이 가격인지라 진짜 방심하지 않고 그려야 한다.



물이 이용해서 조절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가 않다. 그리고 작은 붓으로 넓은 면적을 칠하니깐 어려움이 많은데 그래서 붓의 크기가와 모양이 다양함을 다시 느꼈다.


기존의 스케치북에 칠하는 느낌보다 훨씬 물을 빨리 흡수하고 잘 말랐다. 색도 더 잘 먹는 느낌인데 아직은 내가 온전하게 종이 위에서 물감과 놀지를 못 하고 있다. 


물 조절과 붓질 번짐 등의 다양한 방법들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배부를 생각은 없었으니 낙담하지는 않고 더 많이 그려야 한다.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는 연한 컬러로 전체 쫙 깔고 곳곳에 진한 색으로 포인트만 살짝 넣는 그림인데 아쉽게도 너무 섣부르게 덤볐다. 


유튜브 동영상 / 4분46초


종이와 물감과 시간이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더 그리자. 

어차피 오늘 하루만 그리고 그만 둘 그림이 아니니

조급함은 넣어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