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로 잠을 깨우는
어제는 무리하게 컴퓨터로 작업을 하니라 새벽에서야 잠을 청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그 시간에는 날이 밝아오지만 지금은 가을이 코 앞으로 다가와서인지 아직 어둡더군요.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고 다짐하던 8월도, 무더위를 피하고 싶었던 무서웠던 그 여름도 벌써 지나가고 새벽에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기절하듯 곯아떨어졌습니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숨쉬기처럼 자연스럽게 열심히 살자고 다짐을 합니다. 물론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 떡진 머리를 하고 글을 쓰는 지금도 열심히 살자고 다짐에 다짐을 합니다.
날이 풀리면서 작은 캠핑의자를 하나 사서 느긋한 가을바람에 평범한 일상 속 모습들을 그려야겠습니다. 곧 이 작은 수첩도 마지막 장이 보이니 새로운 수첩에서 힘차게 달려봐야죠.
멋진 외국의 모습도 좋지만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이발소나 세탁소 혹은 과일가게의 모습도 좋은 소재가 됩니다. 앉아서 그리기는 너무 무서운 더위라 사진으로 자료를 남기고 카페에서 에어컨을 벗 삼아 느긋하게 그려봤습니다.
역시나 또 연습. 길을 잃은 느낌이지만 방황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나오겠죠.
조금만 더 그려보면 무엇인가 손에 잡힐듯한 그런 느낌인데 펼쳐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실망보다는 다시 손을 뻗어 잡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잡히겠죠. :-)
제가 살고 있는 광주에도 레터프레스를 이용하는 인쇄소가 있더군요. 사장님과 이야기하고 기존에 그렸던 광주 양림동 건물 그림들을 엽서로 인쇄해봤습니다.
그래요! 일반 인쇄보다 이런 맛을 원했어요. 큰 기계는 금전적인 문제도 운영할 자신도 없으니 작은 다이컷 머신을 구해서 수작업으로 엽서를 만들어보려 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 늘어진 몸뚱이에 무엇인가 생기가 도는 그런 기분입니다. :-)
여자 친구와 나주로 드라이브 가는 길에 구름이 너무 좋아서 사진으로 남겼어요. 이런 날씨에 나무 그늘 밑에서 시원한 커피 먹으며 그림 그리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서서 그림을 그렸더니 다리가 덜덜덜 거리며 힘들다고 원성이 자자하더군요. 구도청 회의실과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의 곳곳에서는 건물과 그늘이 많아서 자리 깔고 그리기 딱 좋아 보였습니다. 나중에 날 잡아서 곳곳을 그려봐야겠어요. :-D
항상 다짐하는 일은 세상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불안한 마음도 조금씩 생기더군요. 느긋함도 좋지만 이러다가 무엇하나 이루지 못하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괜한 생각에 새벽이 오는 창을 그리 보다 잠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슬슬 씻고 현실로 돌아와야죠. :-)
그럼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6.09.02
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