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문도 열고 나왔는데...
비가 옵니다. 낮에는 덥고 덥고 또 더웠던 날씨에 아파트 창문을 활짝 열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카페로 피난 왔지만 구멍 난 하늘에서 들이붓는 비를 보며 아침에 신입사원처럼 말끔하게 빨래한 옷과 수건들의 안부부터 생각납니다.
이미 창문은 열었고 나는 카페이고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차분히 그림을 그립니다. 자연이 주는 영향은 어찌할 수 없으니 포기하는 게 상책이죠.
창문과 빨래는 그냥 넘어가지만 이제는 집에 들어가는 일이 캄캄합니다. 비가 빨리 그치면 좋겠지만 내리는 꼬락서니를 보니 몇 시간은 더 사람들을 괴롭힐 모양입니다.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펜을 꺼내 그림을 그리고 밀린 그림 수첩의 그림들을 브런치에 포스팅합니다. 막상 할 말도 그리 없지만 괜스레 내리는 소나기 같은 폭우에 힘을 내봅니다.
다크 나이트를 보면 조커는 스쿨버스 차량을 이용해서 은행 벽을 뚫고 은행을 털고 떠납니다. 귀여운 색상의 스쿨버스지만 엄청 튼튼해서 장갑차 수준의 튼튼함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물론 승차감도 장갑차 수준이라는데 꼬마 아이들의 엉덩이와 허리는 안전한지 궁금하군요.
밑그림이 없이 바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래의 유튜브 영상처럼 도중에 길이를 늘리거나 크기를 키우거나 임기응변으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잡고 출발하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니 임기응변을 키우는 방향으로 그려야 할 모양입니다.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쓰는 도중에도 광주의 하늘은 구멍이 났군요. 제길.
라이언 캠핑카를 구매했더니 카카오프렌즈샵에서 2016년 카카오프렌즈 한정판 스티커를 주더군요. 나름 고민하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몰스킨 스케치북에 붙였습니다.
수첩을 멋있게 꺼내면서 살짝 부끄러움이 생기지만 이 정도의 부끄러움은 쉽게 이겨낼 수 있죠. 문제는 몰스킨 커버에 스티커의 접착력이 약해서인지 결국은 스마트폰의 뒤에 붙이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혼밥입니다. 도쿄 스테이크에서 새우튀김 카레를 먹으며 주변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혼자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를 가는 일은 익숙함과 어색함의 어정쩡한 중간단계라 때마다 기분이 다르더군요.
밥은 나름 먹을만했어요. :-) 저는 튀김빠거든요!
먹으면서 간단하게 주방 쪽을 그려봅니다. 기본도 없으면서 부리는 기교에 배가 부릅니다. 항상 자신에게 아주 약하디 약한 채찍질을 하기에 오늘도 기본부터 챙기라는 말을 건네 봅니다.
친구에게 빌린 카메라입니다. 카메라도 빌려주는 친구도 있고 세상 헛살지 않았군요. 상처 없이 문제없이 잘 쓰고 밥이라도 사줘야겠습니다.
인간관계도 탁구와 비슷해서 주거니 받거니 해야지 어느 한쪽만 계속 준다면 경기는 금방 끝나더군요. 그러니 저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도 보답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친구야 나는 짜장면.
투썸플레이스는 처음이라 스케치북에 한번 담아봤습니다. 사실 카페의 테이크아웃 컵들은 모양이 비슷비슷해서 몇 번 그려보면 다른 어느 테이크아웃 컵이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이웃님이 찍은 외국의 풍경 사진을 그렸습니다. 대부분은 골목길이나 한적한 동네의 분위기를 그리지만 가끔 이렇게 멋진 타국의 풍경도 매력적인 소재라 생각됩니다. 아마 외국 여행은 평생 못 할 것 같지만 사진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그림 여행을 다녀옵니다.
2016년이 지나기 전에 꼭 제주도에서 그림 그리고 오겠다는 목표도 물론 잊지 않았지요.
요즘 계속 이용하던 라미의 펜촉이 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피그마 마이크론펜은 얇은 촉이라 세밀하게 그리기가 가능했지만 작은 포켓 사이즈의 수첩에서 라미 EF닙의 굵기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다른 얇은 선을 쓸 수 있는 만년필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얻는 부가적인 즐거움 중 하나는 이렇게 필기구나 도구를 찾아서 떠나는 소소한 쇼핑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도구들의 리뷰나 글을 읽어보고 오프라인의 매장도 찾아보고 택배를 기다리는 즐거움도 얻고 그렇게 돌고 돌아 도착한 녀석으로 종이에 슥삭슥삭 그리는 행복도 그림을 그렸기에 알 수 있는 고마움이라 느낍니다.
비 오는 날 2층 카페에 앉아서 그렸던 옛날 각진 모습의 포터 트럭입니다. 트럭에서 무슨 클래식한 멋이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냥 낡고 투박한 제품들을 좋아합니다. 스타텍같은 예전의 핸드폰도 그런 맥락에서 좋아하죠.
멋진 신형의 스포츠카도 좋겠지만 길에서 흔히 보기 힘들었던 옛 자동차를 보면 마냥 좋아서 사진으로 찍고 그림으로 남깁니다.
펜을 길게 잡으면 영상처럼 야들야들하고 많이 흔들리는 선이 나옵니다. 점점 꼰대처럼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생기는 것 같아서 좋기도 나쁘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여자 친구에게 구조요청을 보내서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열린 창문으로 비가 들어와 흥건하게 젖은 베란다 바닥을 치우고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창문을 열지 말 것 그리고 가방에 작은 우산을 챙길 것 오늘 하루에 두 개의 교훈을 얻으며 그림 수첩을 덮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다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건강하세요. :-)
2016.08.18
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