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준
카페는 보통 2층까지 있고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또한 푹신한 의자와 밝은 조명, 화장실이 깔끔한 그런 곳을 선호한다. 커피의 맛은 중요하지 않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음식의 맛이 특별나지 않더라도 테이블과 테이블의 공간이 넓어 움직임에 제약이 없는 그런 깔끔한 식당을 더 좋아한다. 아마도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은둔형 외톨이 같은 성격이라 식당이나 카페를 고를 때 나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 같다.
평상시는 평일 그리고 한가한 시간에 가던 스타벅스를 오늘은 주말에 그것도 가장 붐비는 시간에 갔다. 내키지 않았지만 어찌할 수 없기에 잠깐만 있다 가기로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 시장에 온 기분이 들 정도의 소리들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연인 사이의 사소한 말다툼, 직장에서의 마찰, 울려 퍼지는 게임 소리, 큰 목소리도 통화하는 아주머니, 쉴틈 없이 주문한 손님을 찾는 직원의 외침 등 다양한 소리를 엿듣고 (듣기 싫어도 들리기에) 그림을 이어간다.
처음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에 반응하며 그림을 그리지만 이내 점점 조용해지고 오로지 수첩이나 종이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때는 무척이나 고요하고 주변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며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는 그런 시간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만 시끄러움 속에서 마주하는 고요함도 여자친구의 긴 생머리 만큼 매력적이고 괜찮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도 나는 조용한 곳이 더 좋다.
2016년 01월 30일
지극히 사소한 그림 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