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영위하려는 일들에 우리는 조심스레 '업'이라는 말을 얹어 둡니다. 직장이라고 쓰면 소홀해질 일이 직업이라고 쓰면 영혼의 귀퉁이라도 내주며 견뎌야 할 것 같지 않나요.
벌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미루고 싶은 과업이고 감내해야 할 업보이며 지나보면 지극히 사사로운 업적입니다. 순간을 길어 올려 어깨에 켜켜이 적재한 그 업들이 기왓장이라면 빗물을 받아줄 것이고, 짐이라면 무릎이 남아나질 않겠지요. 걷는 것도 일이고 서 있는 시간도 벌일 테니.
오늘은 그것들이 몸을 누르는 게 아니라 큰 하중을 버티는 주춧돌 같다고 생각해봅니다. 삶이라는 각자의 추상도 물리력의 영향을 받는다면 중력으로 별의 바닥에 붙들린 우린 어쩌면 매달려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알다시피 우리 사는 별은 둥그니까요.
거꾸로 지낸다면 느끼지는 못해도 쌓아 둔 업들 위를 딛고 있는지도 모를 일. 그러면 물구나무로 살아가는 사람들. 괴괴한 발상이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긍정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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