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의 인간관계
좋은 인간관계란 무엇일까?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나에게 있어 인간관계는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특히 여기저기 관계의 폭이 넓은 사람들을 보고있노라 하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나 같은 인간에게 잦은 사교모임은 사치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마저도 쉽진 않은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굳이 외부활동이 아닌 연락문제만 해도 그렇다. 왜 먼저 연락하지 않냐는 서운함 가득한 소리를 듣는 일이 잦아지다보니 때때로 ‘이쯤되면 연락해야하나..?’ 라는 근거 없는 이상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잦은 연락과 카톡만이 애정의 척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딱히 용건 없는 긴 대화는 감정소모로 이어지기에 이것도 패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나던 관계는(가령 학교친구나 직장동료)그 관계를 이어주던 다리가 없어지고 나면 저절로 끝이 나버린다. 정말 두루두루 모두를 다 살펴주어야 연락과 만남의 분량을 꽉꽉채우는 것 만이 폭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인걸까.
정답은 아무래도 없다. 모두가 각자 생김새가 다르듯 성격또한 그러하기에 그저 내가 품을 수 있는 관계들만 품어가며 살아내는 수 밖에.
이러나 저러나 한 우물 파기 장인인 나는 이렇게 좁고 깊은 우물을 파는 것이 마냥 좋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안부를 묻고 하루종일 티키타카 하며 카톡을 나누지 않아도 그 간의 이슈를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풀어놓을 수 있는 관계. 생일이나 축하할 일들은 기억했다가 챙겨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나는 참 좋다. 매일매일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적절한 때에 물을 주면 싱그럽게 잘 자라고 또 열매맺는 식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