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간여행자의 삶을 그려낸 영화 '어바웃 타임'
따뜻한 시간여행자의 삶을 그려낸 영화 ‘어바웃 타임’
“매일매일 열심히 사는 것. 마치 그 날이 내 마지막인 것 처럼”
언젠가부터 시간여행자들을 다룬 영화나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면서 이제는 처음의 신선함이나 호기심 그리고 상상력까지 불러일으키기에는 ‘뻔하다’ 라는 한계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시간여행자는 사뭇 달랐다. 새롭고, 따뜻했다. 영화는 주인공인 팀(도널 글리슨)의 지극히도 평범한 한 남자의 삶을 보여주며 시작되는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화가 끝마칠 때에도 역시 이 남자의 삶은 여전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한 남자의 삶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만한 상상이다. 이는 분명 후회스럽고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를 다시 되돌려 더 나은 현재를 만들어 보고싶음 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후회스러운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현재가 무조건 행복해진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걸까?
그 해답은 주인공인 팀(도널 글리슨)이 자신이 시간여행자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평범한 삶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찾을 수 있다. 그는 21살 성인이 되던 해에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가문 대대로 시간여행자의 능력이 있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이제 어두운 곳으로 가서 주먹을 꼭 쥐고 원하는 장소, 시간만 생각하면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 팀은 시간여행을 통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게 되고 수 없이 많은 시간 여행을 통해 그녀와의 결혼까지 성공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시간여행자의 삶도 잠시,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위급하다는 여동생의 소식을 들은 팀. 결국 그는 여동생의 교통사고를 되돌릴 수 있는 머나먼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감행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팀은 여동생의 교통사고를 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다시 돌아온 미래는 여동생의 미래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 딸 아이까지 바뀌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에 빠진 팀은 딸 아이를 되찾기 위해 다시 주먹을 꽉 쥐고 과거로 돌아가 여동생의 삶도, 자신의 삶도 제자리로 되돌려 놓게 된다. 이어진 아버지의 폐암 소식에도 팀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과거를 바꾸게 되면 나비효과로 인해 현재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팀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전 팀에게 행복을 위한 두 가지 공식에 대해 말해준다.
첫째, 남들처럼 평범하게 지치고 힘든 그런날을 보내며 살아라.
둘째, 그 날을 다시 산다면 긴장과 걱정으로 놓쳐버렸던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들을 느껴라.
우리는 아버지의 행복을 위한 두 가지 공식과 특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팀이 선택한 평범한 삶을 통해서 현재의 중요성을 깨닫을 수 있다. 누구나 과거에 대한 미련과 후회스러움을 품고 살아가지만 설령 그 때로 다시 돌아가서 과거를 바꾼다 한들 현재의 내가 행복할거라는, 지금의 내가 존재할 거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영화의 마지막에서 팀이 가장 좋아했던 아버지와의 바닷가 산책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 것처럼 과거에 대한 미련과 후회보다는 소중한 기억들을 품고 현재 또한 소중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