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치지 말고 주체적으로 헤엄쳐보기
나는 평소 우울함이 찾아올 때면 ‘우울함이 나를 잠식해온다.’ 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는 실제로 ‘우울함’ 이라는 감정이 발생했을 때의 느낌이 마치 심해의 밑바닥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서서히 하지만 꽤나 빠른 속도로 밑으로 빠져들어가는 뭐 그런 느낌 말이다.
이런 감정이 느껴질 때 발버둥치게 되면 좀 더 빠른 속도로 밑으로 끌려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주체적으로 헤엄쳐서 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기에 ‘두려움’ 이라는 감정이 동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말해보자면 끝도 없지만 두려움이 수반되는 우울함은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주춤거리게 만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득가득 심어주는 특성을 갖고있다. 한마디로 무지하게 위험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발버둥치며 무서워하지 않아도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법을 익히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밑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법’. 수영을 할 때 가장 빨리 수면으로 올라오는 방법은 바닥을 찍고 발로 바닥을 밀어내는 그 힘으로 올라오는 법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있지 않은가. 이 행위가 마치 부스터 역할을 해주기 때문.
그렇기에 때로 우울함이 나를 찾아온다면 놀래서 발버둥치지 말고 우울의 가장 밑바닥으로 헤엄쳐보는 것은 어떨까. 단,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말이다(수동적으로 빨려 들어갈 바에는 어떻게든 중간에 올라오는 것이 낫다) 이러한 주체적인 헤엄은 두려움이라는 감정보다는 궁금증과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발생시켜줄 것은 물론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바닥까지 도달하게 해 줄 것이다.
어쩌면 주체적으로 나의 우울함과 직면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 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우울함의 근원지를 찾아보고 우울감에 잠시 잠식되어 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 무슨 일이든 간에 앞서 파악하고 상황을 해결하는 것 보다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왜 우울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우울한지 또 이 우울함을 해결시킬 수 있는 방법에 어떤것이 있는지 충분히 생각해보고 찬찬히 나의 우울감을 다스려 보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우울함이라는 감정을 발생시킨 나의 육체부터 다스린다. 인간은 호르몬에 지배당하는 동물이니 내 몸을 돌보는 행위에 대해서 절대 간과하면 안된다. 우선 푹 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인스턴트 식품이든 일탈이든 어떤것이 되었든 간에 일단 한다. 그리고 나서 정신적인 부분을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지금 꽤나 깊은 우울함에 빠져있다고 해도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하지 말자. 너무 어둡고 깊어서 여기가 어디인지 어떻게 수면위로 올라가야 할지 조차 감이 오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바닥에 이르러 밑바닥을 뻥! 차고 수면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물론 굳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지 않더라도 적당한 위치에서 수면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터득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영 바닥을 찍고 한번에 수면으로 올라오는 법은 익히지 못하겠지. 그렇게 평생 심해를 두려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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