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열심도 한 때 였구나.
며칠 째 일전에 사두었던 염색약이 책상위에 그대로 놓여있다. 꽤나 오래 전에 사두었던 것인데, 여태 그대로인 것을 보면 '나도 예전 같지 않구나' 새삼 느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싶은 것은 꼭 해야했던 고집불통이었다. 가고싶은 곳이 있으면 꼭 가봐야했고 하고싶은게 있으면 하고야 말았다. 이런 고집불통의 기질은 사춘기부터 20대 초반까지 폭발적으로 나타났었는데 엄마가 그렇게나 갖다 버리는 서클렌즈를 꼭 다시 사서 끼고(시력이 좌,우 1.5인 사람), 염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날에는 당장에 그 날에 염색약을 사서 염색을 해버리며 앞머리를 자르고 싶으면 그날 잘라버린다.(지금 적으면서 보니 그냥 안하무인이다) 그런 나를 보며 사람들은 “행동력 하나는 끝내준다” 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행동력의 게이지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염색을 하고 싶으면 염색약을 사는것 까지는 하는데 그 날 하지 못하고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는 여행지는 찾아보지만 표를 끊지 못한다. 아마도 온전히 나를 위해 쏟았던 그 행동력과 열심을 지금은 꽤나 다른데에 쏟고 사는가보다.
이리저리 바삐 치이며 “그럴 힘이 없어.” “그럴 여유가 없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 정말 뜬금없지만 문득 책상위의 염색약을 보는데 과거 나의 쓸데없는 열심이 그리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