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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단단 Nov 16. 2020

안녕, 안녕

산책 일기

오늘 오랜만에 산책을 다녀왔다.

그동안 바쁜 삶과, 힐링을 핑계로 너무  곳만 바라본  같았다. 면허를 따고 나서는 운전만 하고 다녀서 좀처럼 오래 걷는 날이 없었다. 출퇴근시간 동안 여유를 만끽하는  사치고 얼른 집에서 나와야 하거나 얼른 집에 들어가야 했다.



면허를 따려고 학원에 다녔을 때, 지인들은 차가 생기면 살이 많이  것이고 무엇보다도 걷는 방법을 잊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근데 면허를 따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운전하는걸  무서워해서 차를 멀리하고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었다. 그래서 그들의 말을  속으로 비웃었던지, 아니면 무시했던지   하나의 일을   같다. 정말 이렇게  순간에 걷는 방법을 잊어버릴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가 점점 운전이 손에 익어가니 바보같이 그들이 충고했던 것처럼 편하게 굴러가는 것에만 빠져서,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땅의 느낌을 금방 잊어버리고야 말았다.  다리로 오랫동안. 그것도 자발적으로 걸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진짜로 오래 걷는 일은 올해 들어 거의 처음이다.



불현듯 오늘, 아침에 퇴근하고  자고 나서, 여유롭게 냉장고에 넣어둔  빠진 호가든을 꺼내 마시고 나서 가라앉지 않는 마음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바로 옆동네까지. 그동안 운전으로만 지나쳤던 길을 걸어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냥 체육공원을  바퀴 정도 돌아볼까. 싶었는데 단조롭게 원을 그리며 빙빙 도는 걷기는 왠지 하기 싫었다. 그래서   거리를 걸어보자고  것이다.



내가 그동안 지나쳤던 동네는 얼마나 변했을까.



슬쩍 지나치기만 했을 때도 동네 간판이 몇 번 바뀌는 것을 봤는데, 걸으면서 보니까 1 사이에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속으로 놀라면서 걸었다. ‘아니 우리 동네에 스튜디오가 이렇게 많았나. 그때 사진 찍으려고 하니까 없어서  곳까지 갔었는데.’ ‘. 여긴 옷가게였는데 어느새 카페가 되었네,’ ‘ 여기 예전에 갔던 집이었는데 간판이 바뀌었구나.’ ‘어머  길에 카페가 너무 많이 생겼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엘피 사운드 카페가 들어섰구나.’ 그동안 나는 내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동네의 거리 풍경보다는 덜해 보였다. 변하지 않았던  추억으로 둘러싸인  편견  풍경이었는지  시간의 산책시간 동안 새로운 가게들과 새롭게 보이는 가게 주인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길  차례였다.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던 건물의 외관도 보이면서, 느끼지 못했던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가끔 변해가는 것들에 실망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애정 하는 공간은 금방 사라지고,  다른 가게가 들어서고.  정을 붙이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무한반복 , 새로 생기는 것은 금방이지만 사라지는   빨라서 어쩔  받아들이기도 힘들어서 마음이 먹먹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빠르게 지나칠  있는 차가 생겼을  지나칠  있고,  시선을 멀리 던질  있으니 좋다고 생각했는데. 가슴 아플 일도 없으니까  외롭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꼭꼭 씹어서 동네를 만져보지는 말자고 다짐했던  같기도 한데 어느새 동네를 걸어 다니며 새로운 것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쉬는 날에도 틈틈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벌써 몇몇 사장님들과는 안면을 트기도 했다.  메뉴를 만드느라 심혈을 기울인다고 차가운 모습이 되어서  걸기 힘들었는데, 걸어서 다니다 보니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같아서 기쁘다.



지나치면서 마음속으로 모두들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안녕,   마디.   마디. 안녕, 안녕, 안녕, 하세요. 부디 오래 계셔주세요.



이제는 떠나는 것들이 완전히 떠나버리지 않았음을 안다. 만남이 영원하지 않기도 하듯, 이별도 어쩌면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나를 떠나간 것들도, 잠시나마 사람들의 외로움을 채워주던 동네를 떠나간 가게들도, 다시 어딘가에서 좋은 모습으로 만나게 되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선 사람들의 등을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 가게의 사람들도, 즐겁게 한잔 하고 일요일을 털어버리려는 손님들도, 그런 손님들이 많아서 분주해진 가게의 사장님들도 어쩐지 등은 비슷비슷한  같았다. 사람들은  번씩 뒷모습에 자신의 진짜 표정을 숨겨놓으니까.



표정이 비슷했던  다들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었을까.



마냥 좋을  없겠지만,  어려운 시기에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고민이 새겨진  등을 보며  안녕. 안녕, 안녕히 계세요.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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