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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ly gl grim May 03. 2018

남의 꿈을 비웃지 마라 (델타 보이즈)

델타보이즈 -영화-


 너는 뭐든지 될 수 있어.

 

네 꿈은 뭐니? 유치원 선생님이나 언제나 살가운 부모님에게서나 나올 것 같은 우리의 가능성에 대한 찬사다.

이럭저럭 세상을 살아낸 후에 배운 것은 모든 선택은 다른 것과의 포기나 이별을 의미한다던가.. 내가 하는 이 일은 좋아서라기 보다 우연히 흘러들어 왔더던가.. 현실과 이상 같은 캐묵은 단어로 조합된 이른바 인생의 진리 같은 것으로 이른바 '네 꿈'에서 졸업하고 꿈 깨고 어른답게 사는 법 언저리에 있을거다.


현실과 이상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 냉혹하고 당연한 현실의 진리를 바탕색으로 칠하고 나야 그 위에 새로운 구상이나 꿈을 그릴 수 있는 나이 든 청년은 간혹 TV나 매체에 출연한 타인의 순수한 열정을 끝끝내 조잡한 물욕이나 자아실현의 욕구로 덧칠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를 하곤 한다.


순수하게 좇던 이른바 하고 싶은 것. 그게 착각이던 현실과의 비타협이건 그런 순수한 욕망에 대해 질투하고 시기하게 된 건 어른으로서 살아가기로 작정한 다음인 것 같다. 음악을 하고 싶던 글을 쓰고 싶던 어느 날 봉사를 하고 싶던 그런 것에는 고차원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메커니즘이 작용한 고장 난 인생으로 치부해버려야 내가 칠해버린 바탕색이 초라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 꾸역꾸역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선고를 내려버리 만다.




순응과 포기에 친밀 해지고 피어오르는 욕구를 외면하던 어느 날 넷은 음악이라는 케묵은 꿈에 도전하게 된다. 물론 상금이 목적이었지만 사실 상금은 어른이 된 자신을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남루한 이들에겐 당연한 목적으로 보였지만 단순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미친 짓에 대해 상금은 남들입을 틀어막기 좋은 하나의 나약한 방패였을 뿐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되는 '어른'들은 내내 이들의 순수한 선택과 열정에 얼굴을 이죽거리고 그들이 연습실로 삼은 뜨거운  평상이 아닌 자신이 파묻힌 편한 소파에 안도하며 그들을 비웃겠지만 어느새 마음속에 서늘한 감정이 들고 말 것이다.


그래 아무리 변명해도 나는 잃어버렸구나. 이 사회의 손가락질당하지 않는 일원이 되는 동안 개별체로서 동작하는 자신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기분.

그리고 저들을 비웃고 있는 나를 바탕색 뒤에서 오랫동안 숨죽인채 지켜보던 케묵은 무엇.


한껏 웃기고 과장된 연기와 남루함으로 덧칠되어있지만 이 영화속의 넷의 바탕은 아직 칠해져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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