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은 생동하고 변화 함으로써 봄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한다. 지난 겨울은 폭압적이었다. 그저 컴퓨터 앞에 머리를 처박고 살던 나는 올해로 36번째 봄을 맞았다.
4월 어느 날 사무실 근처 연세대 학관에서 대학생들 틈바구니에 끼어 혼밥을 했다. 밥을 먹고 구름 하나 없는 오후 녘을 산책하였는데 화장품 냄새와 갖핀 꽃냄새를 머금은 공기가 잔뜩 들떠있고 따듯한 햇빛은 작은 빛무리와 그림자를 땅에 그려내었다. 나의 대학시절 하굣길이 문득 겹쳐 보였다. 생동한지 몰랐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래. 길게 말해 뭐하나. 봄엔 밖으로 나가자. 나이를 먹으면 과거에 쌓았던 기억으로 살아간다. 기억을 곱씹고 추억을 피우며 살아간다. 봄의 저녁길은 따스한 한편 바닥에 낮게 깔린 한기로 서릿했다. 해가 떨어지자 바람은 오히려 뭉근하게 피부에 닿고 방향이 바뀐 바람은 꽃냄새와 사람들이 품은 먼지 냄새를 뒤섞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