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엔 정말 많은 물건들이 각각의 필요 이유에 따라 존재하지만 단 한 번의 쓰임을 하고 하루살이처럼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건 일회용품이 유일한 것 같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일회용품들로 예를 들어보면,
커피를 담는 일회용 컵의 경우 마시는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길어봤자 1시간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일회용품 비닐봉지 이 또한 장보고 나서 집에 갈 때, 뭘 담아서 이동할 때나 쓰이니까 길어봤자 2-3시간 쓰려나? 소풍 갈 때 쓰는 일회용 비닐장갑, 젓가락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목적에 맞게 쓰이는 기간은 짧게는 3초 길게는 2-3시간 정도?
사용하기 전엔 분명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딱 한 번, 몇 시간 후면 바로 존재 가치가 없어져 수백년 동안 골칫덩어리 쓰레기가 되는 일회용품.
물건을 생산하고, 구매해서 사용하고, 처리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정작 물건을 사용하는 기간은 가장 짧고
다 쓰고 나서의 처리하는 단계의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
이런 상황이 생각할수록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이게 내가 일회용품을 안 쓰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쓰기 쉽고 편리해서, 챙기기 귀찮으니까, 야외에 나올 땐 어쩔 수 없지…
수많은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남발하고 있다.
솔직히 나라고 뭐가 다를까. 조금씩 쓰레기 줄이는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집 팬트리 안에는 누가 줬는지는 모르지만 혹시 몰라 챙겨둔 일회용품 장갑과 젓가락, 종이컵 그리고 물티슈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앞으로 내가 더 적극적으로 격하게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식사 후 잠시 편하게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카페에 가서 있던 일이다.
카페에서 먹고 가는 손님들에겐 일회용컵이 아닌 머그잔, 유리컵에 음료를 제공해주는데 사실 이 마저도 테이크 아웃, 매장 섭취 구분없이 일회용컵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나는 음료를 주문할 때 “매장에서 먹고 갈거라 꼭 유리컵이나 머그잔에 담아주세요~” 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이 일회용컵이 아닌 유리컵에 음료를 제공해준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없이 수월한데 문제는 이 다음부터 생긴다.
진동벨이 울려 픽업대에 갔을 때 음료를 받고 알아차렸다. 일회용 컵을 안 쓰려고 유리잔에 달라고 말씀드린건데, 잔에 버젓이 플라스틱 빨대가 꼿혀있었던 것이다.
커피는 다회용 잔에 담아주고 친절하게도 플라스틱 빨대 포장까지 뜯어 살포시 꼿아둔 이상한 조합...ㅋㅋㅋ
이렇게 하면 뭔가 환경 실천을 하다가 만 느낌이 든다. 100% 완벽하게 할 수 있었는데 빨대를 사용함으로써 50%인 반만 성공한 찜찜한 느낌이랄까.
그 일이 있고나서부턴 웬만하면 개인 텀블러를 꼭 챙겨가고 혹여 텀블러를 못챙겼을 때는 음료 주문할 때 빨대 없이 다회용 잔에 담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픽업대 앞에 서서 빨대 없이 '다회용 잔'만을 기다린다.
그래도 너무 친절한 직원분이 빨대 드릴까요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다.
아뇨 빨대는 괜찮아요!
(한 번의 쓰임은 거절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