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호박은 속이 노랗게 차오를수록 더 달콤해지고, 그 속살은 부드럽고 포근해서 한입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참 좋아진다.
그런데 요리를 하다 보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이 있다. 숟가락으로 속을 파내며 끈적한 섬유질과 함께 씨앗을 긁어내는 일. 아마 대부분의 집에서 이 씨앗 뭉치는 망설임 없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향할 것이다.
나 역시 한동안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저 작은 씨앗 속에 뭐가 들었을까?
알고 보니 단호박씨는 그저 덜 다듬어진 음식 재료가 아니라, 여름철 피로와 염증을 이겨낼 수 있는 작고도 강력한 천연 영양제였다.
그 씨앗들을 따로 모아 조심스레 씻어내고, 햇살 좋은 날 반나절쯤 말려두는 일은 생각보다 큰 수고도 아니다.
그 작은 정성만으로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내 몸을 위한 건강 간식을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할 수 있다.
말린 씨앗을 고소하게 깨우는 방법도 참 단순하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을 중약불에 올리고, 바싹 말린 단호박씨를 천천히 볶아주기만 하면 된다.
5분쯤 지나면 고소한 냄새가 부엌 가득 퍼지고, 작은 씨앗들이 톡톡 튀며 익어간다. 여기에 소금 한 꼬집이면 담백하게, 간장과 설탕을 살짝 더하면 달달한 단짠 간식으로 아이들도 즐길 수 있다.
나는 가끔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150도에서 8분 정도 구워내기도 하는데, 껍질째 먹으면 바삭하고, 벗겨 먹으면 더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이 작은 씨앗이 왜 귀한지,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확실해진다. 단호박씨에는 비타민 E와 셀레늄이 풍부해 햇빛에 지친 세포를 회복시키는 항산화 효과를 주고, 아연은 면역력을 지켜준다.
특히 마그네슘과 트립토판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경을 안정시켜 숙면에 도움을 주니, 열대야로 잠 설치기 쉬운 여름밤엔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기운이 없을 땐 단호박씨 한 줌이 힘을 북돋아준다고들 했다.
이제 단호박을 자를 때, 그 속의 씨앗부터 눈에 들어온다. 버려지기엔 너무 아까운, 여름의 작은 선물. 한 줌의 씨앗이 일상에 건강을 더하고, 잠든 기운을 다시 깨워주는 경험.
오늘은 그 씨앗을 팬 위에 올려보자. 고소한 냄새와 함께, 여름의 피로도 조금씩 사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