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씨·대추씨·참외씨의 숨겨진 효능
요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버릇 같은 동작들이 있다. 고추를 반으로 가르며 씨를 쓸어내고, 대추를 까서 씨를 버리고, 참외는 반으로 잘라 하얗고 끈적한 씨앗 부위를 조심스럽게 퍼낸다.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이 과정은 ‘맛을 위한 정리’였지만, 돌이켜보면 그 안에 건강을 위한 기회를 함께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운맛의 핵심이라 하여 가장 먼저 제거당하는 고추씨. 하지만 이 씨앗 속엔 단지 매운맛을 넘어선 놀라운 성분들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캡사이신과 루테올린.
캡사이신은 잘 알려진 대로 체지방 분해를 돕는 고마운 성분이고, 루테올린은 뇌세포를 보호하고 기억력을 지켜주는 데 탁월한 작용을 한다.
자극적인 것 같아 외면받았지만, 정작 우리의 뇌와 몸은 고추씨의 도움을 필요로 했는지도 모른다. 김치를 담글 때나 매운 볶음 요리에 고추씨를 살짝 갈아 넣는 것만으로도 풍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보양식에서 빠지지 않는 대추. 부드럽고 달콤한 속살을 남기고 대추씨는 늘 쓸쓸히 남겨진다. 하지만 이 씨앗 안에는 마음을 다독이는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가득하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열대야에 뒤척이는 밤, 씨를 빼지 않고 통째로 달인 대추차 한 잔은 예상치 못한 위로가 된다.
단단한 씨앗이 너무 얄밉게 느껴질 땐, 칼등이나 망치로 살짝 깨뜨려 우려내보자. 씨앗 속 깊이 감춰져 있던 안정의 기운이 차 한 잔 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여름의 상징, 참외. 싱그러운 향과 달콤한 과즙을 즐기며 우리는 종종 그 중심, 태좌와 씨앗을 무심코 파낸다. 하지만 그 부드럽고 끈적한 부분이야말로 참외의 영양이 가장 밀도 높게 응축된 곳이다.
엽산 함량은 과육보다 다섯 배나 높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돕는다.
씨앗이 조금 거슬릴 수 있지만, 함께 꼭꼭 씹어 삼켜보자. 입안의 텁텁함은 줄고, 속은 훨씬 가볍고 맑아질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버려왔던 씨앗들. 어쩌면 그 안에는 자연이 마지막까지 남겨준 선물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버리는 대신, 한 번쯤 더 눈여겨보고, 조심스레 다듬어 식탁에 올려보자.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씨앗 하나가 오늘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가장 큰 울타리가 되어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