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와 라면 하나, 오늘 저녁이 기대되는 이유
가끔은 냉장고 문을 열고도, 도무지 뭐가 먹고 싶은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날, 문득 라면과 밥이 눈에 띄면 이상하게 든든한 기분이 든다.
‘이걸로 뭐라도 만들 수 있겠다’는 막연한 확신. 그렇게 태어난 메뉴가 있다. 이름부터 정겨운 ‘컵라면 볶음밥’. 라면 하나, 밥 한 공기, 달걀 하나.
정말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복잡한 조리법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다. 그래서 더 자주 찾게 되고,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라면을 준비한다. 면과 스프, 건더기를 분리한 뒤, 면은 지퍼백에 넣고 손으로 부순다. 너무 곱게 부수지 않아야 볶을 때 씹는 재미가 살아난다.
다시 컵에 담고, 건더기와 스프를 넣은 뒤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이때 물은 라면이 잠길 정도로만, 너무 많으면 볶을 때 물기가 남아 면이 퍼지기 쉽다. 그 사이, 계란을 풀어 소금 약간으로 간해둔다.
팬을 달군 뒤 식용유를 두르고, 풀어둔 계란을 중강불에서 먼저 볶아낸다. 계란이 반쯤 익었을 때 밥을 넣고 고루 섞는다.
밥알 하나하나가 계란과 어우러질 때쯤, 불려놓은 면을 넣고 함께 볶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분을 날려주는 것. 면이 퍼지지 않도록, 팬 위를 바쁘게 저어가며 볶다 보면 면과 밥이 하나로 잘 어우러진다.
마무리엔 다진 파를 넣어 볶아주자. 파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면 그 냄새만으로도 배가 고파진다. 마지막에 후추를 살짝 뿌려주면 감칠맛이 더 살아나고, 그야말로 금세 먹고 싶은 비주얼과 향이 완성된다.
컵라면 볶음밥은 단지 ‘간단한 요리’ 그 이상이다. 남은 재료가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시작했지만, 막상 먹어보면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을 만큼 만족스럽다.
냉장고 속 햄이나 청양고추 하나쯤 곁들이면 그 맛은 또 다르게 풍성해진다. 프라이팬 하나, 계란 하나만 있다면 오늘 저녁도 꽤 괜찮은 한 끼가 될 수 있다. 지금 부엌으로 향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