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류 꾸준히 섭취 시 기억력 개선 및 우울감 감소 확인
기억이 흐릿해지는 순간이 있다. 분명 입안에서 맴도는 단어가 있었는데, 금세 사라져버린다. 길을 걷다 낯익은 골목에서 방향을 잃기도 하고, 오래된 추억 속 인물의 이름이 혀끝에서 멎기도 한다.
나이 탓이라고 넘기기엔 뭔가 불안하다. 뇌 한쪽에서, 조용히 적신호가 켜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럴 때 문득, 아침 식탁에 올려둔 블루베리 한 줌이 떠오른다. 작고 동그란 그 과일들이 사실은 기억을 지키는 작은 병사들이라는 이야기.
미국 신시내티 대학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딸기와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 과일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꽤나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과일들의 짙은 색에 담긴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열쇠인데, 이는 뇌 속까지 도달해 세포를 보호해주고 염증을 줄이는 힘을 지녔다고 한다.
최근 ‘뉴트리언츠’라는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50대에서 60대 사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딸기 분말을 12주간 섭취하게 했고, 그 결과 기억력 테스트 성적이 올라가고 우울감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나도 가끔은 우울한 날에 블루베리를 입에 털어 넣는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을 감싸면, 마음 한구석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건 과학 이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린 치유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치매는 이제 노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65세 미만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내가 방금 뭘 하려던 거지?" 하고 혼잣말을 하게 된다. 작은 단절이 반복될 때마다 괜스레 겁이 난다. 하지만 완치가 어려운 병이라고 해서 무력하게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침마다 딸기를 몇 알 꺼내 씻는다. 블루베리도 한 줌 더해 유리 그릇에 담으면, 어느새 식탁 위가 화사해진다.
단순한 간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의 기억을 위한 작은 의식이자 하루를 위한 따뜻한 시작이다.
우리가 매일 챙길 수 있는 가장 쉬운 예방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붉고 짙은 빛깔을 품은 작은 열매 하나, 그것이 오늘 나의 마음과 뇌를 지켜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한 번, 그 작은 과일을 손에 쥐어보자. 기억이 머무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조금 더 선명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