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깊은 선물, '이 생선' 제대로 즐기는 법

능성어의 생태부터 자바리와의 차이, 제대로 즐기는 법까지

by 데일리한상

여름이 깊어질수록 바다는 더욱 풍성해진다. 강한 햇살이 바닷속까지 내려앉는 계절, 수온이 오르며 바다 생명들은 활력을 되찾고, 그 중 일부는 살을 찌워 제철의 정점을 맞이한다.


능성어 역시 그런 계절의 중심에 있다. 겉보기엔 투박하고 무심한 생김새지만, 미식가들은 이 한 마리 속에 담긴 깊은 맛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때는 자바리에 가려 조용히 빛을 잃었던 생선이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이름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neungseong4.jpg 능성어 / 국립생물자원관

능성어는 제주에선 ‘구문쟁이’라 불리며, 남해 깊은 암초지대에 몸을 숨긴다. 크기가 무려 1m에 이를 만큼 위용이 당당하고, 어린 시절 몸을 가로지르는 일곱 개의 갈색 띠는 성장과 함께 점차 옅어지며 풍성한 성체의 느낌을 남긴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이 생선의 성(性)에 관한 이야기다. 능성어는 모두 암컷으로 태어나 살다, 무리의 필요에 따라 일부가 수컷으로 전환되는 ‘자성선숙’이라는 특별한 생태를 지녔다.


어느 개체가 수컷이 될지는 자연이 정한다. 5월에서 9월 사이, 번식기를 맞은 능성어는 연안으로 이동해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neungseong2.jpg 능성어 / 국립생물자원관

능성어와 자바리는 얼핏 비슷해 보여 자주 혼동되곤 한다. 제주에서 ‘다금바리’라 불리는 자바리는 국내 최고급 어종으로 꼽히며, 과거에는 능성어가 자바리로 둔갑해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능성어는 몸에 끊김 없이 이어진 가로 줄무늬 일곱 개가 반듯하게 나 있으며, 자바리는 표범처럼 불규칙한 무늬가 몸을 뒤덮고 있다.


아래턱이 더 길고 체형이 길쭉한 자바리와 달리, 능성어는 보다 단단하고 무게감 있는 인상을 준다. 무늬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속살의 맛이다.

neungseong5.jpg 능성어 회 / 푸드레시피

능성어는 회로 즐길 때 쫄깃함을 넘어 단단한 탄력이 인상적이다. 등살은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지고, 뱃살은 지방이 풍부해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다. 지느러미살은 광어 못지않은 오독거림과 고소함으로 별미 중의 별미다.


껍질은 살짝 데쳐 꼬들하게 먹으면 좋고, 뽈살과 가마살은 탱글탱글하면서도 단맛이 살아 있어 회를 떴을 때 꼭 챙기게 되는 부위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생선이 바로 능성어다.


탕으로 즐기면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능성어탕, 혹은 맑은 지리로 끓였을 때 우러나는 국물은 뽀얗고 깊다. 마치 해산물 사골이라도 우려낸 듯 진하고 구수해, 아침 해장에도 손색없고 여름 보양식으로도 훌륭하다.

neungseong6.jpg 능성어탕 / 푸드레시피

예전엔 귀해서 쉽게 맛볼 수 없던 능성어지만, 이제는 양식 기술의 발달로 남해안에서 안정적으로 길러지며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자바리의 그림자에 가려진 대체 어종이 아니라, 고유의 이름과 맛으로 당당히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단, 능성어는 온몸이 날카로운 방어 장치로 무장되어 있어 손질 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날카로운 아가미 덮개와 이빨은 부주의하게 다루면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으니, 두꺼운 장갑을 꼭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여름 바다의 풍성함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능성어 한 접시 위에 그 계절의 맛을 담아보자. 고요한 바닷속에서 천천히 자라난 그 살결은, 입안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늘 저녁, 바다의 왕이 가진 진짜 맛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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