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6만 원?' 이 식물,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봄 한철 산이 내어주는, 귀하고도 은밀한 맛

by 데일리한상

봄이면 산마다 수많은 나물이 얼굴을 내민다. 두릅, 취나물, 고사리처럼 익숙한 이름도 많지만, 그중에는 아는 이들만 조용히 찾아 나서는 특별한 별미가 있다.


깊은 숲속, 잎 모양이 마치 날개를 펼친 박쥐를 닮아 이름 붙은 ‘박쥐나무’. 그 어린 순이 바로 봄철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귀한 선물이다.


박쥐나무 순은 온라인 시장에서 1kg에 6만 원을 호가할 만큼 값비싼 대접을 받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쉽게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bat-tree1.jpg 박쥐나무 순 / 국립생물자원관

박쥐나무는 깊은 산과 습한 골짜기 같은 특정 환경에서만 드물게 자라며, 여린 순을 얻을 수 있는 시기는 봄의 아주 짧은 순간뿐이다. 그 한정된 시기를 기다렸다가 손으로 일일이 채취해야 하니, 귀할 수밖에 없다.


맛은 어떨까. 쓴맛이 거의 없으면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알싸한 향, 데쳐도 무르지 않는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나는 처음 박쥐나무 순을 맛봤을 때, 이 독특한 향 덕분에 평범한 수육이 전혀 다른 요리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bat-tree6.jpg 박쥐나무 순 / 국립생물자원관

데쳐서 쌈 채소로 즐기면 기름진 맛을 산뜻하게 잡아주고,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밥반찬으로 올리면 그 자체로 봄의 향기가 된다.


무엇보다 장아찌로 담갔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된장이나 고추장 속에 1~2주 숙성된 박쥐나무 순은 향과 아삭함이 그대로 살아 있어, 갓 지은 밥 위에 올리면 더할 나위 없다.


흥미로운 건 박쥐나무가 음식뿐 아니라 약재로도 쓰여왔다는 점이다. 뿌리는 ‘백룡수’라 불리며, 예로부터 풍습(風濕)을 몰아내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bat-tree2.jpg 박쥐나무 꽃대 / 국립생물자원관

관절통, 신경통, 손발이 차가운 증상에 달여 먹거나 술에 담가 복용했다고 전해지지만, 그만큼 효능이 강해 임산부나 기력이 약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다.


박쥐나무 순이 ‘금값’이 된 건 단순한 미식의 유행 때문만은 아니다. 자연이 허락한 짧은 순간에만 얻을 수 있고, 대량 재배도 어려워 더욱 귀하다. 하지만 이 귀함은 동시에 책임을 요구한다. 무분별한 남획이 이어진다면 언젠가 우리 밥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bat-tree4.jpg 박쥐나무 순 / 국립생물자원관

그래서일까. 박쥐나무 순을 맛볼 때면 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자연의 희소성과 봄의 생명력, 전통의 지혜가 한데 모인 봄의 보물 같아서다.


만약 산에서 우연히 이 나물을 만나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그 소중함을 마음에 새겨보자. 봄은 늘 잠시 머물다 가지만, 그 맛의 여운은 오래 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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