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날던 생선의 깊은 맛
가끔은 우리가 너무 익숙한 것에 마음을 빼앗긴 채, 그 너머에 있는 진짜 매력을 놓칠 때가 있다. 날치도 그런 존재다.
주황빛 날치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에 길들여져, 정작 그 알을 품은 생선의 본모습은 잊힌 채로 살아왔다. 어느 여름날, 초밥 위에 살짝 얹힌 날치알을 보며 '이 생선은 대체 어떤 생선일까' 문득 궁금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호기심은 나를 바다 위를 날던 생선, 날치의 세계로 이끌었다.
날치, 이름부터 어디론가 훌쩍 날아갈 것만 같은 이 생선은 실제로 하늘을 난다.
물론 새처럼 날갯짓을 하며 나는 건 아니지만, 발달한 가슴지느러미를 펴고 바다 위를 활강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수면 가까이에서 날 때 공기와 지느러미 사이의 압축된 힘이 양력을 만들어내는 ‘지면효과’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한 번 튕겨 오르면 무려 400미터를 30초 넘게 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이와 함께 다큐멘터리에서 이 장면을 본 날은 저녁 식탁에서 날치 이야기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알에서만 끝날 수 없다는 듯, 날치의 살도 무척 담백하고 건강하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남해와 제주 연안에 찾아오는 이 생선은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은 풍부해 맛도 영양도 만족스럽다.
구이로 먹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소금만 살짝 얹어도 감칠맛이 살아난다. 생선 본연의 맛이랄까,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이 어느새 익숙한 고등어회보다 더 자주 생각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시장에서는 이 통 날치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알만 따로 유통되기에, 회나 구이로 맛볼 기회가 흔치 않다.
반면 일본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토비우오’라 불리는 날치는 고급 생선으로 대우받는다. 특히 규슈 지방에서는 날치를 통째로 말려 만든 육수, 아고다시가 요리의 핵심으로 통한다.
가다랑어포로 만든 가쓰오부시보다 훨씬 맑고 은은하며 깊은 맛을 낸다는 이 육수는, 나가사키 짬뽕이나 고급 우동, 전골 등에서 빛을 발한다.
일본 사람들 사이에선 ‘턱이 빠질 정도로 맛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 풍미가 깊고 인상적이라는데, 실제로 맛본 어느 우동집에서 그 깊은 국물 맛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처럼 날치는 단지 알의 식감에만 머물 수 없는, 알고 보면 미식의 세계를 품은 생선이다. 바다를 나는 자유로운 생태부터 담백한 살코기, 정성을 들여 만든 고급 육수까지.
어느 한 구석도 허투루 여길 수 없다. 다음에 혹시라도 수산시장이나 식당에서 ‘날치’라는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새로운 맛의 가능성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오늘 저녁, 날치 이야기를 곁들이며 식탁에 소금구이 한 점을 올려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