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먹는 그 알, 알고 보면 바다의 보물

물 위를 날던 생선의 깊은 맛

by 데일리한상

가끔은 우리가 너무 익숙한 것에 마음을 빼앗긴 채, 그 너머에 있는 진짜 매력을 놓칠 때가 있다. 날치도 그런 존재다.

주황빛 날치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에 길들여져, 정작 그 알을 품은 생선의 본모습은 잊힌 채로 살아왔다. 어느 여름날, 초밥 위에 살짝 얹힌 날치알을 보며 '이 생선은 대체 어떤 생선일까' 문득 궁금해졌던 기억이 있다.

flying-fish3.jpg 날치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게 시작된 작은 호기심은 나를 바다 위를 날던 생선, 날치의 세계로 이끌었다.

날치, 이름부터 어디론가 훌쩍 날아갈 것만 같은 이 생선은 실제로 하늘을 난다.


물론 새처럼 날갯짓을 하며 나는 건 아니지만, 발달한 가슴지느러미를 펴고 바다 위를 활강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수면 가까이에서 날 때 공기와 지느러미 사이의 압축된 힘이 양력을 만들어내는 ‘지면효과’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한 번 튕겨 오르면 무려 400미터를 30초 넘게 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이와 함께 다큐멘터리에서 이 장면을 본 날은 저녁 식탁에서 날치 이야기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flying-fish6.jpg 불에 굽는 날치 / 푸드레시피

알에서만 끝날 수 없다는 듯, 날치의 살도 무척 담백하고 건강하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남해와 제주 연안에 찾아오는 이 생선은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은 풍부해 맛도 영양도 만족스럽다.


구이로 먹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소금만 살짝 얹어도 감칠맛이 살아난다. 생선 본연의 맛이랄까,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이 어느새 익숙한 고등어회보다 더 자주 생각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시장에서는 이 통 날치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알만 따로 유통되기에, 회나 구이로 맛볼 기회가 흔치 않다.

flying-fish7.jpg 말린 날치 / 푸드레시피

반면 일본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토비우오’라 불리는 날치는 고급 생선으로 대우받는다. 특히 규슈 지방에서는 날치를 통째로 말려 만든 육수, 아고다시가 요리의 핵심으로 통한다.


가다랑어포로 만든 가쓰오부시보다 훨씬 맑고 은은하며 깊은 맛을 낸다는 이 육수는, 나가사키 짬뽕이나 고급 우동, 전골 등에서 빛을 발한다.


일본 사람들 사이에선 ‘턱이 빠질 정도로 맛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 풍미가 깊고 인상적이라는데, 실제로 맛본 어느 우동집에서 그 깊은 국물 맛이 아직도 선명하다.

flying-fish4.jpg 날치 /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날치는 단지 알의 식감에만 머물 수 없는, 알고 보면 미식의 세계를 품은 생선이다. 바다를 나는 자유로운 생태부터 담백한 살코기, 정성을 들여 만든 고급 육수까지.


어느 한 구석도 허투루 여길 수 없다. 다음에 혹시라도 수산시장이나 식당에서 ‘날치’라는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새로운 맛의 가능성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오늘 저녁, 날치 이야기를 곁들이며 식탁에 소금구이 한 점을 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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