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꽃차·화전까지! 활용도 끝없는 들풀의 정체

여름 들판의 보랏빛 선물, 하고초라는 이름의 꿀풀

by 데일리한상

햇살 좋은 날, 길가 풀밭에서 우연히 마주한 보랏빛 꽃송이 하나. 앙증맞게 모여 핀 그 모습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면, 아마 당신은 하고초를 본 것이다.


입에 살짝 물면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 덕분에 '꿀풀'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지만, 여름이 되면 시들어 마른다는 뜻의 '하고초(夏枯草)'라는 이름도 이 식물의 한 얼굴이다.


꽃이 저물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약성이 오르기 시작하는 이 풀은, 작지만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살아온 여름 약초다.

honey-herb1.jpg 식탁에 놓인 꿀풀 / 푸드레시피

이른 봄에는 쓴맛과 매운맛이 살아 있는 나물로 자라난다. 갓 돋아난 어린 순은 데쳐서 충분히 우려낸 뒤 된장이나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치면 특유의 풍미가 살아난다.


된장국에 넣어 구수하게 끓여내면 쌉싸름한 봄의 기운이 국물 속에 녹아든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쓰임새는 또 달라진다.


깨끗이 씻은 꿀풀꽃은 샐러드에 흩뿌려도 좋고, 찹쌀가루 반죽 위에 얹어 화전으로 구워내면 입은 물론 눈도 즐거워진다. 꽃이삭을 우린 물로 식혜를 담그면 은은한 꿀향이 감도는 특별한 단맛도 즐길 수 있다.

honey-herb3.jpg 꿀풀 / 국립생물자원관

햇볕에 잘 말린 꿀풀은 차로 우리기에도 제격인데, 더위에 지친 몸에 조용히 스며드는 맛이 참 좋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하고초의 효능을 높이 평가해 왔다.


동의보감》에도 실려 있을 만큼 열을 내려주고 눈을 밝게 하며 간의 기운을 다스린다 하여, 임파선염이나 고혈압, 안구 질환 등에 쓰였다고 한다.

honey-herb5.jpg 꿀풀 / 국립생물자원관

요즘 들어서는 로즈마린산과 우르솔산 같은 항염·항산화 성분들이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여름철 눈이 뻑뻑하거나 머리가 무거운 날, 하고초차 한 잔은 자연이 건네는 작은 위로처럼 다가온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꿀풀은 우리가 흔히 쓰는 바질, 민트, 깻잎과 같은 꿀풀과 식물에 속하기 때문에, 해당 허브류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honey-herb4.jpg 꿀풀 / 국립생물자원관

또한 약성이 있는 만큼 과한 섭취는 소화기 불편을 유발할 수 있으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저 들꽃인 줄 알았던 꿀풀은 이렇게 나물로, 꽃차로, 약초로 다채로운 얼굴을 품고 있다. 여름 한낮 들판을 수놓는 보랏빛 작은 꽃 한 송이에도, 자연은 우리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오늘은 그 이야기에 잠시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하고초, 그 작고 조용한 여름의 선물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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