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속에 숨어 있다가 쑥! 갯벌에서 맛보는 별미

여름 갯벌이 건네는 바다의 선물

by 데일리한상

여름날 바닷가를 걷다 보면 모래 위로 톡톡 튀듯 솟아오르는 작은 물방울을 만날 때가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 위에 소금을 살짝 흩뿌려 보면 기다렸다는 듯 길쭉한 조개가 몸을 내민다. 이름부터 ‘맛’을 품은 조개, 여름의 별미 맛조개다. 처음 잡아본 날의 놀라움은 잊을 수 없다.


손끝에 전해지는 힘찬 저항감, 그리고 그 순간 바닷속 작은 생명이 내 손안에 있다는 신기함까지.

matjogae6.jpg 맛조개 / 게티이미지뱅크

맛조개는 대나무를 닮은 길쭉한 모양 덕에 ‘죽합’이라 불린다. 갯벌 속 깊이 숨어 있다가도 발을 이용해 순식간에 파고드는 재주가 있어, 잡으려면 망설임 없이 단번에 낚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 속으로 금세 사라져 버리니, 그 짧은 순간의 긴장감도 갯벌 체험의 묘미다.

하지만 잡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해감이다.


갯벌에서 갓 건져 올린 조개 속에는 모래와 펄이 가득 들어 있어, 그대로 요리하면 흙맛이 씹혀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먼저 소금물을 만들어 조개를 담그고, 검은 봉지로 덮어 두어야 한다.

matjogae5.jpg 소금물에 담근 맛조개 / 푸드레시피

몇 시간 후면 조개들이 스스로 깨끗해지는데, 그 과정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마저 고요해지는 듯하다.

해감이 끝난 맛조개는 사실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풍미를 살리는 방법은 구이나 찜이다. 불 위에서 껍질이 벌어질 만큼만 살짝 익히면, 그 자체로 바다 향 가득한 별미가 된다.


초고추장을 곁들여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고 쫄깃한 속살이 여름 바다를 그대로 전해 준다.

matjogae2.jpg 맛조개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을 땐 파스타에 넣어 봉골레처럼 끓이거나, 마늘과 청주를 더해 칼칼한 술찜을 만들면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밥을 지을 때 함께 넣으면 은은한 바다 향이 밥알마다 스며들어 그 자체로 한 끼가 되고, 각종 채소와 무쳐낸 맛조개무침은 여름날 상큼한 반찬으로 제격이다.


특히 맑게 끓여낸 맛조개탕은 해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조개류에 풍부한 타우린이 간을 도와주고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매력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matjogae1.jpg 맛조개탕 / 푸드레시피

여름철 조개를 날로 먹는 건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수온이 오르면 장염비브리오균이 활발히 번식하기 때문에, 반드시 속까지 충분히 익혀야만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여름의 갯벌은 늘 특별한 선물을 건넨다. 그 선물은 잡는 즐거움에서 시작해, 해감의 기다림을 거쳐, 뜨거운 불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올해 여름엔 그 과정을 천천히 즐겨보자. 바다의 깊은 맛과 함께, 기다림이 주는 여유까지 맛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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