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에 속지 마세요”… 머위대는 데쳐야 제맛!
여름이 깊어질수록 입맛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쉽게 물리곤 한다. 그럴 땐 이상하게도 자극적인 것보다 입안 가득 퍼지는 씁쓸하고 시원한 향이 생각난다.
어릴 적 뒷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머위가 딱 그랬다. 초록빛 줄기를 꺾어보면 은은하게 퍼지던 그 풀내음이, 여름의 한가운데를 떠올리게 만든다.
머위는 봄에는 넓은 잎을, 여름에는 아삭한 줄기를 내어주는, 계절을 통째로 담은 식물이다. 봄에 나는 머위잎은 쌈 채소로도 훌륭하고, 장아찌를 담가도 감칠맛이 살아난다.
하지만 진짜 머위의 매력은 여름 줄기, ‘머위대’에서 시작된다. 한 뼘 넘게 자란 머위대는 그 자체로 쌉쌀한 풍미를 지녔고, 은근한 단맛과 아삭한 식감이 어우러져 입맛 없을 때 곁들이기 딱 좋은 여름 반찬이 된다.
사실 이 쌉쌀한 맛에는 비밀이 있다. 머위에는 소량이지만 자연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생으로 먹기보다는 꼭 데치고 우려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마치고 나면, 머위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껍질을 살짝 벗기고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쳐낸 뒤 찬물에 헹궈 놓으면, 그 질긴 줄기 속에 부드럽고 신선한 여름이 깃든다.
그리고 찬물에 오래 담가 쓴맛을 빼는 이 시간은, 어쩌면 머위가 주는 인내의 미학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손질한 머위대는 어떤 요리로도 빛난다.
특히 들깨가루와의 조합은 으뜸이다. 들기름 두른 팬에 다진 마늘, 국간장을 더해 머위대를 볶다가, 육수를 살짝 붓고 부드럽게 익혀준다.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듬뿍 넣으면, 쓴맛은 사라지고 고소함이 폭발하는, 그야말로 여름이 담긴 밥반찬이 된다. 된장에 무쳐도 좋고, 찌개에 넣으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고 싶을 때, 머위대보다 든든한 친구가 또 있을까.
옛날 사람들은 이런 채소 하나에도 참 많은 정성과 지혜를 담았다. 단순히 나물을 넘어서 계절을 먹고, 자연을 배려하며 건강을 챙기던 그 마음이 머위대 한 줄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해 여름이 유난히 지치고 입맛이 없다면, 쌉쌀한 머위대 무침 한 젓가락으로 그 시절의 여름을 다시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오늘은 머위대 한 단, 삶아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