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결에 스며든 햇살과 바람의 맛
여름 생선이라 하면 으레 고등어가 떠오르지만, 미식가들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이 계절의 진짜 주인공으로 주저 없이 전갱이를 이야기한다.
6월부터 시작해 8월에 절정을 맞는 전갱이는 살이 오르고 지방이 가득 차, 그 어떤 생선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깊은 감칠맛을 품는다.
나도 여름 시장을 거닐다가 얼음 위에 반짝이는 전갱이를 보면, 그 생선이 품은 바다의 온기를 먼저 느낀다. 소박하지만 정직한 그 맛은 여름의 한가운데서 가장 솔직한 풍경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전갱이라 부르는 생선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참전갱이, 일본에서 ‘마아지’라 불리는 국민 생선이다.
바싹 구워 밥 위에 얹으면 그 구수한 향이 집 안을 가득 채운다. 반면, 또 하나의 전갱이 ‘줄무늬전갱이’, 일본에서는 ‘시마아지’라 불리는 녀석은 조금 다르다.
살결이 단단하고 지방은 은은하게 퍼지며,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스시집의 유리 쇼케이스 안에서 은빛 선을 그리며 누워 있는 시마아지를 보면, 그저 한 점 입에 넣는 것만으로도 여름 바다의 품에 안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정에서는 소금구이가 가장 좋다. 손질한 전갱이에 굵은소금을 솔솔 뿌려 20분쯤 두었다가 노릇하게 구워내면 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기름이 번지며 구워지는 냄새는 여름밤 창가에 퍼지는 파도 소리처럼 은근하게 마음을 풀어준다. 일본에서는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긴 ‘아지후라이’가 국민 메뉴라는데, 집에서도 그 맛을 흉내 내보면 아이들의 젓가락이 쉬지 않는다.
반면, 줄무늬전갱이는 회로 즐길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숙성된 살결에서 퍼지는 감칠맛, 지방의 고소함, 그리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참 오묘하다.
기름진 뱃살 부위는 껍질만 살짝 익히는 ‘야부리’로 즐기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여기에 유자폰즈를 살짝 두르고 잘게 썬 쪽파나 생강을 얹으면, 입안 가득 여름의 향이 퍼진다.
전갱이는 맛뿐 아니라 몸에도 고마운 생선이다. 등푸른생선답게 DHA와 EPA가 풍부해 뇌를 깨우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무더위로 지친 날, 전갱이 한 점은 그야말로 여름 보양식이다.
요즘은 마트나 온라인에서도 손질된 전갱이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바다를 멀리 가지 않아도 여름의 감칠맛을 집 안으로 들일 수 있다.
하나의 이름 아래, 전갱이는 여러 얼굴을 가진 생선이다. 구이로, 회로, 튀김으로, 밥 위에 올린 초밥으로—그 어디에 있어도 제 존재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늘 고등어만 찾던 여름 식탁에 올해는 전갱이를 한번 올려보면 어떨까.
소박한 한 점에서도 여름 바다의 진한 숨결이 느껴질 것이다. 오늘 저녁, 파도처럼 고소한 그 맛을 한 번 불러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