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구수한 보양 한 접시, 토란조림이 건네는 속 편한 위로
여름 끝자락, 서늘한 바람이 살짝 스치기 시작하면 밥상에도 변화를 맞을 시간이 온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흙내음을 그대로 품은 토란이다.
겉모습만 보면 감자 같아 보이지만, 한입 베어 물면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감자와는 전혀 다르다. 이 독특한 질감 덕분에 오래전부터 가을을 알리는 채소로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토란에는 조심해야 할 비밀이 있다. 바로 껍질과 조직 속에 있는 수산 칼슘 결정체. 무심코 맨손으로 만지면 금세 따가움과 가려움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토란을 다룰 땐 고무장갑이 필수다. 껍질을 벗긴 뒤에는 쌀뜨물이나 소금물에 잠깐 데쳐내어야 독성이 사라지고 특유의 떫은맛도 함께 줄어든다. 조금 번거롭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토란이 가진 진짜 맛이 드러난다.
전처리가 끝난 토란은 이제 구수한 밥반찬으로 태어날 차례다.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곁들여 자작하게 졸여낸 토란조림은 은근한 단맛과 고소한 향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마지막에 들기름을 한 바퀴 둘러주면 그 고소함이 오래도록 입안에 머문다. 무엇보다 토란의 미끈한 점액질은 위벽을 보호해 소화를 돕는 갈락탄 성분 덕분이다. 그래서인지 토란조림을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토란은 명절에도 빠질 수 없는 손님이다. 추석상에 오르는 토란국은 들깨를 갈아 넣어 뽀얀 국물을 내고, 소고기와 토란을 함께 끓여내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온 가족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조림으로도, 국으로도 빛을 발하는 이유는 바로 이 따뜻한 속 편안함에 있다.
남은 토란조림은 식혀서 밀폐 용기에 담아두면 며칠은 두고 먹을 수 있고, 한 번에 먹기 좋게 소분해 냉동했다가 해동해 먹어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조금의 정성이 들어가지만, 그만큼 오래 즐길 수 있는 보람이 있다.
토란은 땅이 준 선물 같은 채소다. 독성을 제거하는 번거로움 뒤에는, 다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쫀득한 식감과 속을 달래주는 건강함이 기다리고 있다.
늦여름과 초가을, 제철 맞은 토란으로 한 냄비 정성스럽게 조려낸 반찬 한 접시. 그것만으로도 지친 계절의 끝자락에 따뜻한 힘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한 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