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잡초에서, 머리카락을 살리는 풀로
여름의 끝자락, 밭둑이나 강변을 따라 걸어보면 어김없이 만나는 녹색 덩굴이 있다. 마치 세상을 휘감듯 거칠게 뻗어나가며, 다른 식물을 덮어버리고, 손이라도 스치면 날카로운 가시로 살갗을 긁는다.
그 이름, 환삼덩굴. 농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존재다. 가을이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대부분 이 풀 탓이라니, 그 지독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결국 2019년에는 자생식물 가운데 유일하게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며, 이름부터 무겁게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한 가지 얼굴만 가지고 있지 않다.
그토록 미움받던 환삼덩굴이 알고 보면 오래전부터 밥상에 오르던 나물이자, 지금은 탈모 예방의 약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 참 놀랍지 않은가.
환삼덩굴은 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로, 사실상 우리 땅에서 오래전부터 자생해온 식물이다. 네모난 줄기에는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빽빽하게 나 있어 어떤 구조물이든 단단히 붙잡고 올라간다.
햇빛을 가려버리며 주변 식물을 말려 죽이는 생명력, 그 끈질김이 바로 ‘가장 성공한 잡초’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그 생명력은 다른 의미로 보자면, 놀라운 생존의 지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시골집 뒤뜰에서 할머니가 환삼덩굴 순을 데쳐 무치던 기억이 있다. 손끝이 조금 따끔거렸지만, 데쳐 놓은 나물은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했다.
가시가 생기기 전, 부드러운 새순을 살짝 데쳐 간장이나 된장,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그것만으로도 한 끼 반찬이 된다. 때로는 밀가루 반죽에 넣어 부치면 특유의 향이 퍼져서 입맛을 돋웠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잡초 같은 풀이 몸에도 좋다는 걸.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환삼덩굴을 ‘율초(葎草)’라 불렀다. 이름조차 낯설지만, 그 속에는 오랜 지혜가 담겨 있다. 율초는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몸의 습기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 효능의 비밀은 식물 속에 든 루테올린, 플라보노이드 같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 덕분이다. 몸속 염증을 다스리고 손상된 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니, 그 힘이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더 흥미로운 건, 최근의 연구 결과다. 2023년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는 환삼덩굴 추출물이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물 속 폴리페놀 성분이 두피의 염증을 줄이고 모근의 생존 주기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뽑아야 할 잡초’로 여겨졌던 풀이 이제는 ‘모발을 살리는 약재’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쓸모없다’고 여겨진 것들 속에 오히려 더 깊은 가능성이 숨어 있는 법이다. 환삼덩굴의 이야기 또한 그렇다.
밭을 뒤덮던 골칫거리에서 식탁 위의 나물로, 다시 첨단 바이오 소재의 원료로. 그 변신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의미를 품게 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렇게, 환삼덩굴처럼 스스로의 숨은 힘을 믿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