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간식의 반전, 정부가 섭취 금지한 이유

달콤한 추억 속에 숨어 있던 까마중의 진실

by 데일리한상

여름이 한창일 무렵, 길가나 텃밭 가장자리에서 까맣게 익은 작은 열매들이 반짝인다. 어린 시절, 손끝으로 톡 따서 입에 넣으면 달콤하면서도 약간 쌉쌀한 그 맛이 입안을 감쌌다.


까마중. 배고픈 오후의 간식이자, 어른들이 피로할 때마다 찾던 약초였다. 그러나 그 향수 어린 열매가 지금은 정부의 ‘경고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조금은 믿기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까마중 열매를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그 속에 숨어 있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성 때문이다.

solanine6.jpg 까마중 열매 / 푸드레시피

이름이 낯설다면, 싹이 트거나 녹색으로 변한 감자의 독을 떠올리면 된다. 까마중은 가지과 식물로 감자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이 식물들이 자신을 해충이나 동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방어 물질이 바로 솔라닌이다.


덜 익은 초록빛 까마중 열매에는 솔라닌 함량이 매우 높다. 소량만 먹어도 입안이 얼얼하고, 많이 먹으면 구토나 복통, 설사 같은 증상이 찾아올 수 있다. 심할 경우에는 현기증이나 의식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검게 익은 열매는 단맛이 더해지고 독성도 줄어들지만, 여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민감한 사람은 아주 소량에도 중독 증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solanine2.jpg 까마중 / 푸드레시피

예전에는 까마중이 몸에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민간요법으로 즐겨 쓰이기도 했다. 잎과 줄기를 달여 마시면 염증이 가라앉는다거나, 열매를 효소나 술에 담가 두면 항암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독이 사라지리라는 믿음은 사실상 잘못된 것이다. 솔라닌은 단순히 발효나 담금 과정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조제법은 독성을 농축시키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도 까마중의 지상부를 ‘용규(龍葵)’라 불러 약재로 쓰지만, 이는 전문가의 철저한 법제 과정을 거친 뒤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일반인이 그대로 따라 하다가는 되레 독을 마시게 되는 셈이다.

solanine1.jpg 까마중 / 푸드레시피

실제로 식약처는 최근 까마중 열매를 ‘항암’, ‘염증 완화’ 등의 허위 광고로 판매하던 업체들을 적발해 고발 조치했다. 그만큼 정부가 이 식물을 위험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까마중만의 문제가 아니다. 목련의 꽃봉오리나 부처손처럼 예쁜 모습 때문에 차로 끓여 마시려는 시도가 있는 식물들 중에도 독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자연에서 왔으니 몸에 좋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은 때로 건강을 해치는 가장 빠른 길이 된다.

solanine5.jpg 까마중 꽃 / 국립생물자원관

까마중은 가난했던 시절의 소박한 추억으로 남아야 할 식물이지, 현대의 풍요 속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찾아 먹어야 할 간식은 아니다. 그때의 달콤함 뒤에는 복통과 신경 마비를 부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독’이 숨어 있다.


길가에서 검게 빛나는 열매를 발견하더라도, 그리운 추억은 마음속으로만 되새기자. 자연의 선물은 늘 고마운 것이지만, 그 안의 위험을 아는 지혜야말로 진짜 건강을 지키는 힘이 아닐까. 오늘 하루, 안전한 음식 앞에서 다시 한 번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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