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 잊혀졌던 초록의 단맛이 돌아오다
어릴 적 여름 끝자락이면 산길을 오르던 기억이 있다. 나뭇잎 사이로 손가락만 한 초록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친구들과 몰래 따먹던 그 새콤한 맛이 참 짙게 남았다.
그 열매의 이름이 ‘다래’였다. 언젠가부터 도시의 마트에서는 보기 어려워졌지만, 이제 다시 그 다래가 ‘한국형 슈퍼푸드’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다.
다래는 사실 우리가 익히 아는 키위의 조상이다. 키위보다 훨씬 작고 껍질에 털이 없어 통째로 먹기 좋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그 속에는 놀라운 영양이 숨어 있다.
농촌진흥청 분석에 따르면 다래의 비타민C 함량은 레몬과 오렌지를 뛰어넘을 정도로 높다고 한다. 여름철 피로를 씻어주고 면역력을 끌어올려주는 천연 피로회복제인 셈이다.
여기에 풍부한 폴리페놀과 식이섬유는 노화 방지와 장 건강에 도움을 주니, 작다고 결코 가볍지 않은 과일이다.
사실 다래는 우리 역사 속에서도 오래전부터 귀한 약재였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다래를 ‘미후도(獼猴桃)’라 부르며,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오를 때 진정시켜주는 과일이라 기록했다.
조상들이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며 먹던 ‘자연의 약’이었던 셈이다. 그런 다래가 이제는 ‘하디 키위(Hardy Kiwi)’나 ‘베이비 키위’라는 이름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껍질째 먹을 수 있고, 건조하거나 분말로 만들어 스무디나 요거트에 넣는 프리미엄 건강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니, 참 세월이 흘렀다 싶다.
다래를 맛있게 즐기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수확 직후엔 단단하고 떫지만, 실온에서 며칠 후숙을 시키면 어느새 말랑해지고 달콤해진다.
완전히 익은 다래는 껍질째 베어 물면 과즙이 터져 나오며, 새콤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 맛은 키위보다 순하고, 포도보다 향긋하다.
잘 익은 다래로 잼을 만들어 빵에 발라 먹거나, 설탕에 절여 다래청으로 두면 사계절 내내 자연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향이 좋아 술로 담가도 훌륭한데, 다만 덜 익은 다래는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꼭 완숙된 상태에서 맛보아야 한다.
한때 산골 아이들의 소박한 간식이었던 다래가, 이제는 과학이 인정한 슈퍼푸드로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온 이 초록 열매가, 현대의 피로한 일상 속에서 다시 빛나고 있다. 곧 다래가 익어갈 이 계절, 산바람이 전해주는 그 싱그러운 향을 한입에 담아보자. 오늘은 다래 한 알로, 잊고 있던 자연의 맛을 다시 기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