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만 맛있다던 그것”… 이제는 여름이 진짜 전성기

가을의 전설이 된 생선이 여름에 다시 피어나다

by 데일리한상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어린 시절, 이 말이 어른들 입에서 흘러나올 때면 가을 저녁의 풍경이 그려졌다.


연기 자욱한 골목 어귀,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던 전어의 고소한 냄새. 그런데 이제 그 냄새가 여름 저녁 바닷가에서도 풍긴다. 바다가 따뜻해진 탓에, 전어의 제철이 어느새 계절을 앞질러 버린 것이다.


최근 강원도 양양 앞바다에서는 7월 한복판에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가 잡혔다. 어민들은 “이제는 여름이 전어철”이라고 입을 모으고, 실제로 전남 보성과 경남 사천에서는 가을 대신 8월 중순에 ‘자연산 전어 축제’를 연다.

jeoneo2.jpg 전어 / 게티이미지뱅크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전어가 일찍 먹이를 찾아 나서고, 금어기가 끝나는 7월 말이면 벌써 그물에 걸리기 시작한다. 바다의 시간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어의 매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름 전어만의 특별한 맛이 있다. 산란기를 막 지나 뼈가 아직 단단해지지 않아,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의 식감이 훨씬 부드럽다. 입안에서 오독오독 부서지는 뼈와 고소한 살의 조화가 참 묘하다.

jeoneo4.jpg 비닐 위에 놓인 전어 / 게티이미지뱅크

가을 전어가 기름진 풍미로 미식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여름 전어는 고소하면서도 풋풋한 맛으로 더운 날씨에 어울린다. 지방이 적당히 올라 담백한데도 입안에 오래 남는 그 고소함이 여름의 짠 바람과 참 잘 어울린다.


조선 시대 실학자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전어가 ‘돈 전(錢)’ 자를 쓸 만큼 귀한 맛을 지닌 생선이라 기록했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을 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jeoneo3.jpg 밥위에 올린 전어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이름에 새겨진 그 명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게다가 여름 전어는 영양도 빼어나, DHA와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다. 뼈가 연해 통째로 먹으면 칼슘과 인이 풍성해 여름철 뼈 건강에도 이롭다.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단연 뼈째회다. 된장과 마늘, 고추를 섞은 막장에 찍어 깻잎에 싸서 한입에 넣으면,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퍼지고 입안이 환해진다.

jeoneo5.jpg 전어 회 / 게티이미지뱅크

새콤한 양념에 버무린 전어회무침은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주고, 숯불에 통째로 구운 전어 한 점은 고소한 기름 향이 여름밤을 가득 채운다.


이제 우리는 ‘가을 전어’라는 오래된 문장을 조용히 덮고, 바다가 새로 써 내려가는 계절의 이야기를 읽을 차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반짝이는 여름 바다에서, 진짜 제철을 맞은 전어가 다시 우리 식탁 위로 돌아오고 있다. 오늘 저녁, 바다의 계절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어 한 점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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