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생으로 먹으면 안 된다는 이 나물의 정체

소리쟁이가 들려주는 자연의 법칙

by 데일리한상


겨울의 끝, 아직 찬바람이 남은 들판을 걷다 보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줄기들이 내는 그 사락사락한 소리, 그 속에 이름을 얻은 식물이 있다. 바로 ‘소리쟁이’.


이름만큼이나 독특하고, 또 묘하게 정겨운 풀이다. 마디풀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인 소리쟁이는 봄이 오면 땅에 바짝 붙어 둥근 잎을 펼친다.


어린잎은 연하고 부드러워 나물로 먹기 좋지만, 자연은 이 연약한 식물에게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주었다. 바로 옥살산이라는 방어물질이다.

sori-jaengi5.jpg 소리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그 덕분에 소리쟁이는 초식동물로부터 몸을 지키지만, 인간의 몸에는 조금의 독이 된다. 그래서 이 나물은 ‘그냥’ 먹을 수 없다. 반드시 자연의 질서를 따라야만 한다.


소리쟁이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의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흙을 깨끗이 씻어내고, 넉넉한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2~3분간 데친다.

sori-jaengi4.jpg 소리쟁이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뜨거운 물 속에서 잎의 세포벽이 부드럽게 열리고, 옥살산이 물로 빠져나간다. 이후엔 찬물에 여러 번 헹구고, 반나절쯤 물에 담가두며 중간에 물을 한두 번 갈아준다.


그 시간을 기다리면 소리쟁이는 마침내 사람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부드러운 나물로 다시 태어난다. 자연을 향한 이 존중의 과정이야말로 진짜 ‘요리’일지도 모른다.


보릿고개 시절, 곡식이 귀했던 때에 소리쟁이는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구황식물이었다. 된장국으로, 나물무침으로, 죽 한 그릇 속에 섞여 들어가 한 끼의 온기를 만들어주던 식물.

sori-jaengi6.jpg 접시에 담긴 소리쟁이 나물 / 푸드레시피

지금은 건강한 밥상 위의 별미로 돌아와 있다. 된장의 구수한 맛과 어우러진 소리쟁이 된장국은 봄의 향기를 품은 듯 시원하고 깊다.


다진 마늘, 고추장, 참기름으로 무쳐낸 소리쟁이 나물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리며 고소함을 남긴다. 데친 잎을 반죽에 섞어 부쳐내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향긋한 부침개가 된다.

sori-jaengi1.jpg 소리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영양적으로도 소리쟁이는 참 알찬 풀이다. 비타민 A와 C, 그리고 철분이 풍부해 봄철 면역력을 돕고, 피로한 몸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예부터 동의보감에서는 소리쟁이의 뿌리, ‘양제근’을 피부 질환이나 변비 치료에 썼다고 한다. 식물의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나는 들판에서 마른 소리쟁이 줄기를 손끝으로 만져본 적이 있다. 손끝에 닿는 그 사각거림이 어쩐지 사람의 말보다 솔직한 소리처럼 느껴졌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다만 그 속삭임을 듣기 위해선 조금의 기다림과 존중이 필요하다.

sori-jaengi2.jpg 소리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한때는 잡초라 불리며 발밑에 밟히던 식물이, 다시 우리의 밥상 위로 돌아오는 일. 그것은 자연과 인간이 오랜 시간 주고받은 신뢰의 증거다.


소리쟁이는 그 조용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 저녁, 봄이 머무는 그 소리를 식탁 위에서 들어보자. 자연을 존중하는 손끝에서, 가장 고요하고 깊은 맛이 태어난다. 오늘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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