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인삼, 산이 내어준 초록의 보약
여름의 끝은 늘 조금 피곤하다. 계절이 바뀌기 전, 몸은 한껏 지쳐 있고 마음은 느릿하게 흐른다. 그럴 때면 나는 늘 산을 떠올린다. 푸른 기운이 가득한 그곳엔 묘하게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산속의 인삼’이라 불리는 두릅은, 자연이 건네는 가장 믿음직한 보양식이다.
두릅은 봄의 새순이지만 그 안에 깃든 기운은 사계절을 통틀어 우리 몸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두릅이 가진 가장 특별한 성분은 바로 사포닌이다.
인삼에서도 발견되는 이 물질은 면역력을 키워주고 피로한 몸에 새 생기를 불어넣는다. 혈관 속 노폐물을 씻어내고 피를 맑게 하며, 막혀 있던 순환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두릅을 ‘기가 허할 때, 몸이 무거울 때 찾는 약초’로 여겨왔다니, 이름값이 괜히 ‘산속의 인삼’이 아니다.
그런데 두릅의 진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진대사를 돕는 비타민 B군, 세포를 지켜주는 베타카로틴, 그리고 비타민 C와 철분, 칼슘까지. 몸을 채우는 영양소가 다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일까, 두릅의 쌉쌀한 향은 늘 사람의 입맛을 깨운다. 식욕이 사라지는 더운 날, 초고추장에 찍어 한입 먹으면 그 순간만큼은 입안이 맑아지고 기분이 개운해진다.
두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나무에서 돋는 참두릅은 향이 진하고 약간의 씁쓸함이 남는 반면, 땅에서 올라오는 땅두릅은 더 순하고 부드럽다. 어떤 두릅이든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데치기’. 끓는 물에 소금을 살짝 넣고 잠시 데쳐내면 특유의 떫은맛이 부드럽게 사라지고, 자연에 남아 있던 미량의 독성 성분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 이렇게 준비된 두릅은 초고추장 한 숟가락만 곁들여도 훌륭한 한 접시의 보양식이 된다.
봄이 되면 시장마다 연둣빛 두릅이 고개를 내민다. 그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반가워진다. 하지만 꼭 봄이 아니어도 괜찮다. 냉동해 두었던 두릅을 꺼내 가볍게 데쳐 먹어도 그 효능은 여전하다.
피로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두릅 한 점을 곁들이면, 마치 산바람이 살짝 스쳐가는 듯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자연은 늘 우리의 회복을 잊지 않는다.
두릅은 그 자연이 건네는 작은 위로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초록의 약초다. 오늘 저녁엔 산의 기운 한 점, 두릅으로 기력을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