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겨울 거리의 상징이었는데...
찬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약속이라도 한 듯 골목 어귀를 지키던 풍경이 있었습니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무쇠 틀, 그 안에서 노랗게 익어가던 계란빵의 모습 말이죠. 퇴근길 주머니 속 만 원짜리 한 장이면 서너 개를 사 들고 가족들과 나눠 먹으며 온기를 나누던 그 소박한 행복이, 요즘은 참 귀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 앞이나 시장 길목을 지키던 그 익숙한 뒷모습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어 마음 한구석이 왠지 허전해지곤 합니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편의점의 깔끔한 빵보다는, 투박한 틀에서 갓 꺼내 종이봉투에 담아주던 그 뜨거운 계란빵이 간절해지는 날이요.
보드라운 밀가루 반죽에 우유와 설탕의 단맛이 은은하게 감돌고, 그 중심에 날달걀 한 알이 통째로 툭 떨어져 구워지는 그 단순한 조화는 언제나 옳았습니다.
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포슬포슬한 빵 사이로 촉촉하게 터져 나오는 반숙 노른자의 고소함은 그 자체로 완벽한 위로였죠.
단순한 탄수화물을 넘어 계란이라는 든든한 영양까지 챙길 수 있어,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에게도 바쁜 직장인들에게도 계란빵은 가장 따뜻하고 저렴한 한 끼 식사가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이 작고 통통한 빵들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된 데에는 서글픈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쩍 올라버린 세상의 물가 때문이겠지요.
계란빵의 주인공인 달걀 값은 물론이고 밀가루와 식용유, 그리고 고소한 풍미를 내던 버터 가격까지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여기에 노점의 온기를 유지해주던 가스비 부담까지 더해지니, 이제는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맞이하기가 무척 어려워진 것입니다. '금계빵'이라는 씁쓸한 이름이 붙을 만큼 가격이 오르다 보니,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예전 같은 마음으로 마주하기가 힘겨워진 것이지요.
이제 계란빵은 길거리 노점을 떠나 화려한 카페나 깔끔한 편의점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치즈나 베이컨을 얹어 근사한 브런치 메뉴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냉동 완제품의 형태로 우리를 기다리기도 하죠.
물론 세련된 맛과 위생적인 환경은 좋아졌지만, 즉석에서 구워내 봉투 너머로 전해지던 그 눅눅한 온기와 반숙 노른자의 생생한 매력까지 재현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길거리 간식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디저트나 요리로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겨울의 정서'도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비록 예전처럼 쉽게 마주칠 순 없지만, 계란빵은 여전히 우리에게 특정 계절의 냄새와 소중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으로 남아있습니다.
전통시장 한 귀퉁이나 작은 동네 빵집에서 우연히 그 노란 빛깔을 마주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건 아마 그 때문이겠지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습은 변해가더라도, 그 고소한 향기만큼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퇴근길, 혹시 운 좋게 계란빵 노점을 발견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따뜻한 봉투 하나 품에 안아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오늘 한 번 해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