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버터 들기름면’ 10분 레시피
가끔은 무더위가 입맛을 데려가 버린 날이 있다. 창밖은 이글이글 끓는 듯하고, 불 앞에 서는 일조차 고역이 되는 오후.
시원한 냉면도, 매콤한 비빔면도 자꾸만 지겨워질 무렵이면, 뭔가 새롭고도 간단한 무언가가 간절해진다.
그런 날, 나의 여름 식탁 위에 한 줄기 바람처럼 나타난 레시피가 있었다. 바로 이연복 셰프가 소개한 ‘땅콩버터 들기름면’. 단 10분이면 완성되는 이 국수는 고소함의 새로운 장을 열어준다.
한 번도 함께 해본 적 없던 두 재료, 땅콩버터와 들기름. 하나는 크리미하고 묵직한 서양의 고소함, 다른 하나는 향긋하고 깊은 한국의 고소함. 이 둘이 만나는 순간, 예상 밖의 조화가 입안을 감싼다.
여기에 맛간장의 짭짤함, 매실청의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져 소스는 이미 하나의 작품이 된다.
나는 볼에 맛간장 두 스푼, 들기름 세 스푼, 참기름 한 스푼, 땅콩버터 한 스푼, 매실청 한 스푼을 넣고 조심스럽게 저었다. 덩어리 없이 부드럽게 섞이면, 이 요리는 절반 이상 완성된 셈이다.
소스를 만들며 물을 올린다. 에그누들 130g을 넣고 3분만 익히면 된다. 면을 삶는 동안 중간에 찬물 한 컵을 부어주면, 그 쫄깃함이 더 살아나는 듯해 괜히 흐뭇해진다.
면이 다 익으면 얼른 찬물로 헹궈 전분기를 빼고, 체에 밭쳐 물기를 말끔히 털어낸다. 이 과정이야말로 소스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비결이다.
이제 소스가 담긴 볼에 면을 넣고, 바깥에서 안으로 천천히 당기듯 비벼준다. 너무 세게 말고, 마치 여름 오후의 바람결처럼 부드럽게.
그릇에 옮겨 담은 후, 아삭하게 채 썬 오이와 고소한 맛김가루를 솔솔 뿌린다. 이 고명이야말로 마지막 한 입까지도 맛있게 해주는 비밀 병기다.
오이의 시원함이 땅콩버터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맛김은 소스와 면 사이를 잇는 짭짤한 다리처럼 역할을 다한다.
사실 이 레시피는 어렵지 않다. 재료도, 과정도 간단한데 그 맛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여름의 나른함 속에서, 단 10분이면 기분 좋은 고소함으로 입안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냉면도, 비빔밥도 시큰둥한 그런 날, 이 특별한 국수 한 그릇이 당신의 식탁을 조금은 설레게 해줄지도 모른다. 오늘 한 번, 고소함의 여름을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