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없이 완성된 '인생 감자 수프' 레시피
햇살이 무르익는 7월, 시골 장터에는 포슬포슬한 햇감자들이 수북이 쌓인다. 손으로 만졌을 때 서걱서걱 부서질 듯한 그 감자들은,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맛을 품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더운 아침이면 찐 감자 한 알도 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진다. 그런 날이면 나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자 수프가 생각난다. 마치 속삭이듯 몸을 깨우는, 여름 아침에 더없이 어울리는 한 그릇.
놀랍게도 이 감자 수프에는 버터도, 크림도 없다. 그럼에도 입술을 닿게 하면 부드럽고 묵직한 감촉이 온몸에 퍼진다. 그 비결은 바로 볶은 양파와 감자 자체에 숨어 있다.
나는 작은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르고, 잘게 썬 양파를 천천히 볶는다. 약불에서 오래도록, 투명해질 때까지 시간을 들이다 보면, 매운 향은 사라지고 달큼한 단맛이 스며든다.
양파가 은은한 빛을 띠기 시작하면, 깍둑썰기한 햇감자를 넣어 함께 볶는다. 이윽고 물을 붓고, 감자가 속까지 무르게 익을 때까지 푹 끓인다.
감자가 익으면, 이제 가장 부드러운 순간을 준비한다. 불을 끄고 핸드블렌더로 곱게 갈아주면, 감자 속 전분이 국물 속으로 퍼져나와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따로 크림을 넣지 않았지만, 마치 잘 만든 포타주처럼 진한 농도가 생겨나는 순간이다.
여기에 우유나 두유를 한 컵 넣고 약한 불에서 다시 데운다. 마지막으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그 어떤 레스토랑 수프도 부럽지 않은 깊고 따뜻한 맛이 완성된다.
아침 식사로 한 그릇 떠먹다 보면, 기분 좋은 포만감이 천천히 몸을 채워준다. 감자의 복합 탄수화물은 하루의 시작을 든든하게 만들어주고, 여름철 부족하기 쉬운 칼륨은 땀으로 빠져나간 기운을 다시 불러온다.
무엇보다 위에 자극을 주지 않아, 입맛 없던 날에도 술술 넘어가는 부드러움이 참 고맙다.
먹고 남은 수프는 냉장고에 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 데워 먹으면 또 다른 포근함이 찾아온다.
이번 주말, 햇감자가 가장 맛있는 지금. 한 번쯤은 버터도 크림도 없이, 재료 본연의 힘으로 완성된 감자 수프로 당신의 아침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