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상하게 바삭한 무언가가 간절해진다. 주방 창문에 맺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다 보면, 괜히 배달 앱을 열게 되고, 익숙한 치킨 메뉴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기름진 맛은 땡기지만 또 금세 물리는 게 문제다. 그럴 땐 상상도 못한 재료가 해결책이 되어준다. 바로 새송이버섯 한 송이, 그것도 닭 한 조각 없이 ‘치킨’을 닮은 놀라운 요리로 변신하는 ‘버섯 프라이드’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통통한 새송이버섯을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고, 식힌 후 결을 따라 얇게 찢어내는 순간, 그 질감이 마치 결대로 찢은 닭가슴살 같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두면, 누가 이걸 버섯이라 할까 싶을 만큼 감쪽같다.
튀김옷도 평범하진 않다. 중력분과 옥수수전분을 7:5 비율로 섞고, 여기에 카레 가루와 소금을 살짝 더하면, 고소하고 향긋한 향이 피어난다.
카레 가루는 보기 좋은 색은 물론, 튀김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손질된 버섯에 이 가루를 한 번 묻히고, 달걀물에 담근 뒤 다시 가루를 입히는 이중 코팅 과정은, 바삭함을 한층 끌어올려주는 비장의 한 수다.
기름은 170도로 예열해 두고, 버섯을 3분간 노릇하게 튀겨낸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파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입안에 퍼지는 쫄깃하고 촉촉한 속살.
치킨이라 해도 믿을 법한 그 식감은,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한다. 따로 소스를 곁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지만, 칠리나 마요 소스를 살짝 찍으면 간식 이상의 특별한 요리로 변신한다.
특히 달걀 대신 차가운 탄산수를 사용하면 비건 버전도 가능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된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던 파전과 치킨의 자리를, 이젠 ‘버섯 프라이드’가 대신해도 좋겠다 싶다.
손쉽고 재료도 간단하면서, 맛은 전혀 가볍지 않은 이 튀김 요리는, 눅눅한 장마철을 바삭하게 만들어줄 작고 확실한 행복이다. 이번 주말, 빗소리를 반찬 삼아 가족들과 ‘닭 없는 치킨’ 파티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