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가 더 영양소 넘치는 채소들
채소는 익혀야 제맛이고, 익혀야 몸에 좋다는 말을 우리는 익숙하게 들어왔다. 나 역시 오래도록 그렇게 믿고 있었다. 부드럽게 데치고, 향긋하게 볶아내면 더 건강할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익히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영양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이후로 채소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양파는 그 시작이었다. 한참을 눈물 흘리며 썰던 그 생양파 안에, 혈당 조절과 면역력 향상에 효과적인 황 화합물이 담겨 있다는 사실.
그런데 이 성분은 열을 가하면 금세 사라진다니, 진짜 효능을 누리고 싶다면 샐러드나 무침으로 생으로 즐기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피망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기는 비타민C를 담고 있는 붉은 피망은 고온에서 그 영양이 금세 날아간다고 한다.
예전엔 볶음 요리에 자주 넣었지만, 요즘은 아삭한 생피망을 얇게 썰어 샌드위치에 넣어 먹는 일이 잦아졌다. 그 상큼한 식감 덕분에 맛도,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브로콜리는 조금 의외였다. 설포라판이라는 항암 성분이 풍부하다는 건 알았지만, 익히는 순간 그 90% 이상이 손실된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요즘은 브로콜리를 데치기보단 깨끗이 씻어 샐러드로 먹는 편이다. 소금과 밀가루를 풀어 잠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헹구는 방식으로 세척하면 더욱 안심된다.
물냉이는 이름처럼 시원하고 맑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알고 보면 미국 CDC에서 ‘가장 영양 밀도 높은 채소’로 선정될 만큼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다.
톡 쏘는 그 매운맛 속에는 항암에 좋은 성분들이 가득하고, 익히지 않았을 때만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샐러드에 얹어보기도 하고, 가볍게 주스로 갈아 마시기도 한다.
마늘은 늘 익혀 먹어야 좋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면역력을 높이는 황 화합물은 생으로 먹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 한다.
다만 매운맛이 강하니 드레싱에 곁들이거나 소량씩 무침에 넣는 방식으로 천천히 적응해가는 게 좋다.
모든 채소가 익혀야 좋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일 때, 자연이 담은 영양을 더 가득 누릴 수 있는 채소들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조리 방법 하나로 건강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은 생채소 한 접시부터 식탁 위에 올려보자. 그 작고도 새로운 시도가, 내 몸을 조금 더 가볍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