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싼지 몰랐어요! 한국에서 싼 고급 식재료

굴이 서민 음식으로 남은 단 하나의 나라

by 데일리한상

한입 베어 물면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는 굴. 바닷속을 담은 듯한 짭조름한 맛과 부드러운 질감, 그 매력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런데 이 굴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수 있는 별미라니, 한국에서 무심코 먹는 생굴 무침 한 접시가 사실은 꽤 귀한 음식이라는 걸, 알고 나면 놀라움이 따라온다.


oyster-1.jpg 생굴 /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굴은 원래부터 귀한 음식은 아니었다. 중세 유럽에선 템스강과 프랑스 해안에서 흔히 채취됐고, 굶주린 서민들이 값싸게 배를 채우는 식재료였다.


19세기 뉴욕에서는 굴이 지금의 핫도그처럼 길거리 곳곳에서 팔렸고, 단돈 1센트에 수십 킬로그램을 살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웠던 굴의 전성기는 산업화와 함께 서서히 막을 내렸다.


oyster-2.jpg 굴 석화 / 게티이미지뱅크


강과 해안이 오염되면서 굴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무너졌고, 굴을 통해 전염병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굴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장티푸스, 콜레라 같은 감염병과 굴 사이의 연결고리가 밝혀지면서 뉴욕의 마지막 굴 양식장은 1927년 결국 문을 닫았다. 서민의 음식이었던 굴은 그날 이후 ‘위험한 고급 식품’으로 남게 되었다.


oyster-4.jpg 바위에 붙은 굴 /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한국에선 사정이 달랐다. 굴은 여전히 수산시장 어디서든 넉넉하게 만날 수 있고, 생굴, 굴전, 굴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그 배경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oyster-7.jpg 석화 /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굴에 대한 수요가 조개나 새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많은 이들이 생굴의 식감이나 향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남획 우려 없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둘째는 굴이 자라는 환경의 차이다. 통영과 남해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굴 양식지는 대도시나 공장 지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수질이 비교적 깨끗하고, 해류와 수온도 굴이 자라기에 알맞다.


oyster-3.jpg 어시장 / 게티이미지뱅크


셋째는 품종의 힘이다. 한국에서 주로 양식되는 태평양 굴은 병에 강하고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미국과 프랑스 양식장의 90% 이상이 이 한국 굴 품종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 품종이 세계 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oyster-6.jpg 굴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아무리 건강한 바다에서 자란 굴이라 해도, 생으로 먹는다면 위생은 늘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어 신선한 상태에서 바로 섭취하거나, 살짝 익혀 먹는 방식이 안전하다.


oyster-5.jpg 굴 양식장 / 게티이미지뱅크


굴은 어느새 고급 식재료의 이름을 얻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서민적인 온기를 머금고 있다. 계절이 맞으면 한 접시 넉넉히 퍼주는 그 인심도, 생굴을 초고추장에 콕 찍어 먹으며 얼굴을 찡그리는 그 맛도.


다름 아닌 굴이 여전히 우리 식탁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한입 베어 물며, 바다와 역사, 그리고 지금의 한국을 함께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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