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노벨상까지?흔하게 보이는 '개똥쑥'의 놀라운 효능

개똥쑥이 품고 있는 자연의 의학

by 데일리한상

어릴 적 들길을 걷다 보면, 코끝을 찌르는 강한 향에 슬쩍 인상을 찌푸리곤 했던 풀 한 포기. ‘개똥쑥’이라 불리는 이 식물은, 이름부터 왠지 우습게 들리지만, 알고 보면 인류를 병에서 건져낸 위대한 약초 중 하나다.


그 흔하고도 강한 냄새 속에 수천 년을 이어온 생명력과, 현대 의학이 밝혀낸 놀라운 효능이 함께 숨 쉬고 있다.


Artemisia-annua-efficacy1.jpg 개똥쑥 / 국립생물자원관


개똥쑥은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다. 여름이면 길가나 논두렁, 햇살 잘 드는 들판에 무성히 자라나고, 키는 성인 어깨를 넘길 만큼 자라기도 한다.


줄기는 연한 녹색, 잎엔 샘점이 가득해 손끝으로 비비기만 해도 특유의 냄새가 퍼진다. 이 흔해빠진 풀에 세상이 주목하게 된 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소식 때문이었다.


Artemisia-annua-efficacy2.jpg 개똥쑥 재배 / 산청군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고대 의학서에서 힌트를 얻어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시닌’이라는 성분을 추출해냈다.


이 성분은 치명적인 말라리아를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고, 이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자리 잡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들풀 하나가, 이렇게 인류를 살리는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놀라움이었다.


Artemisia-annua-efficacy4.jpg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 / 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개똥쑥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시 주목받는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이 식물 속 아르테미시닌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기존 항암제보다 최대 1,200배나 강력한 사멸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정상 세포에는 영향 없이, 암세포만을 정확히 겨냥해 공격한다는 점에서 개똥쑥은 지금도 다양한 질병 치료 연구의 중심에 놓여 있다.


Artemisia-annua-efficacy5.jpg 개똥쑥 / 푸드레시피


물론 이런 놀라운 효능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많이 먹을 수는 없다. 개똥쑥은 쌉쌀하고 향이 강해 생으로는 부담스럽고, 주로 차나 전탕제 형태로 섭취된다.


전통 한의학에선 ‘청호’라 불리며 감기나 미열, 식욕부진에 자주 쓰였지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체질에 따라 복용을 조심해야 한다.


Artemisia-annua-efficacy6.jpg 개똥쑥 / 푸드레시피


요즘엔 아르테미시닌 성분이 캡슐 형태로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하지만 고용량 섭취 시 신경계 이상이나 부작용 위험이 있어, 전문가의 상담 없이 복용하는 건 삼가야 한다.


자연에서 얻은 약일수록 그만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이 작은 풀 한 포기가 알려주고 있다.


Artemisia-annua-efficacy7.jpg 개똥쑥 / 푸드레시피


개똥쑥. 이름은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자연과 인간, 전통과 과학이 함께 녹아 있다. 잡초라며 지나쳤던 그 자리에, 인류를 살린 약초가 자라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 들길을 걷다 이 풀을 마주치게 된다면, 잠시 멈춰 서서 향을 맡아보자. 어쩌면 그 향기 속에서, 자연이 오래도록 간직해온 지혜의 조각 하나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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