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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26. 2020

펜데믹 후, 캐나다 IT 중소기업 직장인의 하루 일과

언택트 시대의 개막, 캐나다 직장인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여기 캐나다 중소기업에 취직해 일을 하고 있는 '셀리'가 있다. 그녀는 이 회사에서는 2년 차로 마케팅 매니저로서 일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캐나다도 국경을 닫았고, 많은 회사들은 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했다. 이제는 권유가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재택근무. 

캐나다에서는 어떤 식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걸까?


셀리의 하루 시작과 끝을 한번 들여다보자. 




8:30 am

셀리는 8시 10분부터 5분 간격을 알람을 꺼왔다.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만 한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녀는 밥을 달라고 보채는 반려묘에게 캔을 하나 열어주며 아침을 시작한다.


8:40 am

세안을 한 후 바로 커피를 내린다. 카페인 없이는 도통 아침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예전엔 출근하는 길에 잠을 깨곤 했지만, 오히려 그런 여유가 사라졌다. 

재택근무를 하면 시간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8:55 am

잠옷을 얼른 갈아입고, 갓 내린 커피와 방금 구운 토스트 한 장을 손에 든 채 셀리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얼른 켜고 회사 메신저로 사용하고 있는 Microsoft Teams에 로그인을 한다.


9:00 am

간신히 미팅에 늦지 않게 조인했다. Scrum(스크럼)이라고 부르는 팀 미팅이 아침 9시마다 있다. 원래는 얼굴을 보고 했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카메라를 켜고 이 미팅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잠옷 차림으로 일을 할 수 없다. 스크럼 땐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어제 했던 업무와 오늘 할 업무들에 대해 간단히 보고를 하고 또 프로젝트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9:30 am

미팅을 끝낸 뒤, 밀린 이메일 함을 보며 이메일을 하나씩 읽어나간다. 대부분은 클라이언트들이 보낸 CR(Change Request)나 플랫폼 사용 문의에 대한 것이다. 사용 문의에 관한 것은 미리 만들어져 있는 유저 가이드를 레퍼런스 삼거나, 새로 스크린샷 등을 찍어 메일에 대답을 하고, CR은 내용을 읽어보고 맞는 엔지니어들에게 estimate(견적)을 묻는다.


11:00 am

이번에 들어온 CR은 조금 규모가 큰 편이고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따로 미팅을 만들어야 했다. 회사 방침상 모든 미팅은 화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CS(client support)를 담당하는 매니저와 엔지니어들 몇 명과 함께 새롭게 바뀔 부분이 다른 클라이언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지,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구연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세세하게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대강 미팅 노트에 정리해둔다.


12:00 pm

미팅 후에는 해야 할 일이 두 배로 늘어난다. 정리한 내용을 보며 프로젝트 테스크들을 만들어서 패치에서 이 내용이 빠지지 않도록 정리해두고 만들어진 견적으로 CR form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다큐먼트 안에는 어떤 문제가 제기가 되었고 이를 본 회사가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지와 가격이 들어간다. 완성이 되면 사장님의 컴펌을 받고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다.


1:00 pm

드디어 점심을 먹는다. 재택근무를 한 지 5개월. 집에서 맨날 밥을 해 먹었더니 이제는 마땅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잘 안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슬그머니 라면 한 종지를 꺼내 들었다. 출근하던 시절엔, 회사 오피스 주변에 밥을 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도시락을 싸가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내에 큰 부엌이 있어서 다들 거기에서 함께 밥을 먹었었는데, 다른 팀원들과 대화를 하며 먹는 경우가 많아서 더 오래 점심시간을 가져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 일하는 지금은 좀 얘기가 달라졌다.

가끔이지만 내가 메신저에 자리를 비웠다고 표시를 해두어도 급하다며 전화가 오거나 메시지가 오는 일이 잦아졌다. 다들 서로가 집에 있을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여유 있게 점심을 먹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1:30 pm

라면을 딱 끝내자마자, 아까 미팅을 했던 엔지니어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크린 셰어를 통해서 미리 만들어둔 mock up(샘플)을 보여주었는데, 셀리는 이것을 같이 보며 클라이언트와 그들의 클라이언트가 쓰기에 혹시 너무 어렵지는 않은지 UX(user experience) 리서치를 기반으로 디자인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의견 조율을 한다.


2:00 pm

급한 미팅을 끝내고 셀리는 아까 못다 한 설거지를 한다. 재택근무를 할 시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잘 쉬어주는 것이다. 오히려 오피스에 출근을 할 때보다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이동하는 일이 많이 없다 보니 일부러라도 일어서서 조금 걷는 등 모니터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주어야 한다. 한 동안은 한 자리에 앉아 일어나지도 않고 일을 했지만, 요즘은 조금이라도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페이스 조절을 한다.


2:30 pm

짧은 휴식을 끝내고 그녀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다른 업무들을 보느라 읽지 못한 이메일을 마저 읽고 하나씩 답을 한다.

전화를 요구하는 클라이언트들도 있는데, 오피스 전화를 이용해야 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다들 온라인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Microsoft Teams를 사용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연락을 취하고, 전화를 받는다. 오히려 예전보다는 스크린 셰어를 할 수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편해졌다.


3:30 pm

사장님으로부터 며칠 전에 보낸 블로그 콘텐츠에 대한 컨펌을 받았다. Visual Code를 이용해서 블로그 페이지를 만들고 내용을 작성 후 간단한 HTML 코드로 디자인 작업을 한다.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마케팅 업무 중 하나이다. 다만, 회사가 작은 것에 비해서 한 사람이 하는 업무량이 많고, 이미 오래된 대형 클라이언트들이 있다 보니 그들에게 당장 중요한 것이 아닐 시, 콘텐츠를 포함한 대부분의 마케팅 업무의 중요도가 낮아져서 프로젝트가 자주 밀린 다는 것이 흠이다.


5:30 pm

업무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채팅창에서 로그 아웃을 한다. 퇴근이 모호해진 탓에 가끔은 오프 아워에도 전화가 오거나, 로그 아웃 후에도 메시지가 오는 일이 생기지만,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이었다. 셀리는 잠시 컴퓨터를 끄고 거실에 잠시 앉아서 멍을 때린다. 

이렇게라도 잠시 뇌와 눈을 쉬어주지 않으면 번아웃이 오기 쉽다는 걸 깨우친 후에 생긴 생활 습관이었다.






캐나다 중소기업은 사람 수가 적다 보니 한 사람의 어떤 한 부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다양한 업무들을 서로 도와서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 CS 업무를 함께 하기도 하고, 엔지니어들이 UI/UX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일을 해 볼 수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하루가 다이내믹한 한 편이라 지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다만, 그렇다 보니 한 분야에 정말 깊이 있게 파고들기엔 어려움이 있다.

또 사회 초년생의 경우, 제대로 된 온보딩 시스템이나 사수가 없어 스스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일을 배워야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고생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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