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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Sep 19. 2020

#362 부산 아쿠아리움, 추석이면 들렸던 곳

곧 한국에서는 추석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것이 이렇게 적어 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들은 추석이면 아버지의 고향인 부산에 내려갔었다. 차를 타고 간 적도 있었고(매우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도 하고, 대부분은 KTX를 타고 내려갔었다. 물론 주목적은 친가 가족들을 만나고, 산소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뵈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한 가지 리추얼이 더 있었다.


바로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들리는 일. 우리가 지내던 호텔은 대부분이 해운대 근처에 위치했는데, 오전에 일정을 다 끝내고 나면 오후 일정을 가기 전에 꼭 들리던 곳 중 하나였다. 더 어릴 땐 엄마와 아빠를 대동해서 매번 같이 갔었고, 핸드폰이 생겼던 중학교 이후엔 엄마와 아빠가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위하는 동안 동생과 둘이 구경을 했다.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 어두운 곳에서 더 빛이 나는 해파리, 귀여운 펭귄 그리고 살짝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파란 물과 조명의 색이 비치는 것을 좋아했다. 나와 동생은 특히 가오리와 거북이를 매우 좋아했기에 그 탱크 앞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요즘은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공간, 그리고 앞 뒤 위아래가 꽉 막힌 실내 공간은 피하는 것이 좋기에 수족관 같은 곳이 불편해졌다. 또한, 동생은 예전에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인 퓨마가 사육사의 실수로 사육장을 탈출했고 그 과정에서 사살당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을 소비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그때와 같은 추억을 쌓을 수 없어졌다.


그래도 혹여나 멀어질까 동생 손을 꼭 잡고 어두운 수족관을 돌아다니던 그때가 추석만 되면 자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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