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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Sep 20. 2020

#361 시장에 가면 뻥튀기도 있고,

아침마다 주차장에 열렸던 주말 시장에 대한 추억


시장에 가면


주중, 주말 아침 이른 시간에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있었던 주차장의 매 코너에는 나무로 된 기둥들이 들어선다. 그 위로 비닐 재질의 파란색 천이 덮이면 그것이 지붕이 되고, 그게 바로 아침 시장이 열린다는 신호였다. 하나둘씩 트럭들이 단지 내로 들어서기 시작하면 점점 다양한 냄새들과 소리로 단지 내는 가득 찼었다. 


나는 종종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장에 갔었는데, 그때 나의 눈높이는 어른들 다리춤에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를 잃어버릴까 매우 노심초사했었다. 동시에 아줌마 아저씨들이 나를 알아보고 예뻐해 주시는 게 내심 기분이 좋았었던 기억이 있다. 



스티로폼 박스 안에 얼음 사이에 누워있던 오징어, 아저씨들이 트럭 위에 잔뜩 얹어놓고 팔던 과일 박스들, 할머니는 절대 사주시지 않던 분홍, 파랑 솜사탕을 만들어내던 기계, 달달하게 방금 튀겨 설탕으로 뒤덮인 도넛과 다양한 모양의 뻥튀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할머니는 가끔 기분이 좋으시면 내게 뻥튀기 한 봉지나 겉에 밀가루가 솔솔 묻어있던 과일 사탕을 사주시곤 했고, 그걸 받아오는 날이면 시장에 오길 잘했다고 느꼈다.


시간이 지나고 그때 살던 아파트 단지에 다시 가봤는데, 여기서 시장을 어떻게 열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좁았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고, 내가 자랐구나 싶어 기분이 이상했다. 할머니랑 다시 한번 그 공간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다리를 붙잡고 걷던 손녀랑 같은 눈높이로 길을 걷는 할머니도 감회가 남다르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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