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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Sep 21. 2020

#360 학종이 1000개 접으면 소원을 들어준대!?

아마 지금 2030 세대의 부모님, 친구 또는 연인들은 한 번쯤 유리병에 가득 담긴 1000개의 학을 받아 보거나, 접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 학교 앞에 문방구라고 투박하게 적힌 자그마한 상점에서 그때 당시 잘 나가던 만화에 나온 장난감들, 학교에서 때가 되면 필요한 지점토나 찰흙 세트, 경시 대회 시즌만 되면 들어오던 과학 상자와 물감 등을 팔았었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에게 가장 잘 팔렸던 제품 중 하나는 인형도 아니고, 소꿉놀이 세트도 아니고, 학종이였다.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작은 상자에 학종이를 몇 백장 단위로 팔았는데, 색도 패턴도 다른 학종이들을 구입해서 크고 작은 유리병에 담아서 선물하는 것이 엄청난 유행이었다. 1000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한몫했었고, 자매 상품처럼 학종이 다음에는 학 보다는 조금 더 부피가 작고, 접기도 편한 별종이가 유행을 탔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아니라 사랑하는 어떤 이를 위해서 밤낮 할 것 없이 학을 접곤 했다. 동생과 나도 엄마와 아빠의 생신 때 접어드린다면서 자는 척을 하고는 불이 다 꺼진 방에 작은 불을 하나 켜놓고 계속 학을 접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는 쓸데없는 선물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학종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거만 한 정성이 있었을까 싶다. 


한 마리 한 마리 종이로 된 학을 접으면서 우리는 선물을 받을 그 한 사람을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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