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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pr 08. 2021

자신을 괴롭히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대다수가 앓고 있는 강박과 해방 과정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작았을때 부터 나는 강박에 시달렸다.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착한 어린이 증후군'과 같은 종류였다. 뭔가 부모님께 어른스럽고, 뭐든지 잘하는 딸로 보이고 싶었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전형적인 K-장녀의 특징들이 그때부터 드러났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이상과 실제 역량이 따라주지 않아서 항상 힘들었다. 중학교에 가니 성적표에서는 반과 전체 등수를 알 수 있었고, 나의 이런 스트레스는 더욱 더 가중되었다. 필자는 그리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매번 중하권을 유지하는 내가 미웠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넘어서 고등학교때 선택한 유학은 나의 식성을 많이 바꿔놓았고, 키가 큰 만큼 살도 많이 쪘다. 여학교에 있다가 남녀공학으로 가서 치장(?)에 관한 욕구도 왕성하던 시기였다. 워낙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거울에 비친 자신을 더욱 받아드리기 쉽지 않았다. 여러모로 굉장히 나를 약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던 학교 생활이었다. 함께 학교를 다니던 국제 학생들은 대부분 각자 나라에서 유명한 기업의 CEO 나 부사장의 딸,아들들이었기에 쇼핑을 가면 서스름없이 명품관으로 향했다. 30만원이 넘는 벨트를 "싸다, 이거 그냥 사" 라면서 결제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거대한 초라함을 느꼈다. 차마 명품을 살 용기까지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꾸밈으로서 나를 포장하고 싶은 욕구가 드러나서 나의 소비 패턴도 굉장히 망가졌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이런 모습들이 간간히 존재한다. 

똑똑한 사람, 좋은 친구, 멋진 언니, 똑 부러지는 큰 딸, 화려하게 사는 직장인과 날씬하고 예쁜 여자가 되고 싶은 욕심과 내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울컥 울컥 올라오는 자기 혐오. 정말 건강하지 못한 생각임을 이제는 알고 있기에 조금씩 컨트롤 하는 법을 터득했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깔끔한 해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던 몇 가지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인정이다.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돼-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현재 내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서부터 자기 객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세운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고, 잘 하고 있는 부분에 충분히 인정을 해줄 필요도 있다. 


두번째는 도움 받기. 아직도 심리 치료를 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라는 마음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음이 아픈 것은 정말 미리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래 쌓이면 쌓일수록 더 무거워지고, 나중에 외상후 스트레스도 오래 간다. 혼자 쌓아두지 말고, 내게 손을 내밀어 줄 사람들에게 SOS를 보내보자. 


세번째 내려 놓기. 집착하고 있는 행동이나 패턴을 한번씩 망가뜨리는 것이 도움이 됐다. 결벽증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로 쓰이는 것이 조금씩 천천히 먼지나 그들이 더럽다고 느끼는 것에 노출을 시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어떤 행동이나 습관을 당장 내려놓으면, 많은 것이 망가질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운동 강박에 시달리던 때는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것 같아서 살 수 가 없었다. 근데 주에 1번, 주에 2번씩 쉬는 날들을 추가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운동을 하던 하지 않던 생각보다 몸무게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 한 번, 두 번, 포기하다보면 나아진다. 다만, 한번에 모든걸 놓아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뒷통수에 맞아 무기력함에 빠져버릴 수 있으니.




지금도 아파하고 있을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평온해졌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나아지고, 아파하는 지금도 잘 살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이미 잘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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