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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pr 29. 2021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없는 2030

"아직도 어려", "그 나이 먹도록 뭐했어?" 계속해서 느는  고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누군가는 "에이 아직 어리지"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오 생각보다 나이가 많구나"라고 얘기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상 필드에서는 전문성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래서 아주 쉽게 '이 나이 먹도록 뭐했냐'는 평가를 받는다. 저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듣는 것이 무서워서 계속해서 도전과 꿈을 뒤로 미룬다. 


이보다 훨씬 어렸던 십 대 때는 꽤나 무모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해야만 직성이 풀렸던 것 같다. 13살에는 가고 싶은 나라에 학교들을 찾아서 지원했고, 14살엔 합격된 학교들에 영어 시험을 보러 갔다.(물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엄마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가주셨다.)그리고 마지막 합격 통지서를 받았던 15살엔 맞벌이셨던 부모님과 동생을 뒤로하고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13살부터 유학을 가겠다고 부모님과 2년 동안 피 터지게 싸운 승리의 순간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 굉장히 힘든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힘든 티도 전혀 내지 않았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나는 피가 끓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전전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까지 '대책 없는' 선택을 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내가 하는 도전에 드는 실질적인 비용 및 기회비용은 무엇이 있는지, 이걸 통해 낼 수 있는 output이 input보다 진짜 클 것인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지기 바쁘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 많아졌다.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이방인이 되는 일도, 새로운 필드에서 다시 '잘하는 사람'이 되는 일도, 또다시 새로운 평가를 받는 일들까지 생각만 해도 피로감이 먼저 든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감정도 예전에는 삶의 활력과도 같은 설렘이었다면, 지금은 공포감마저 든다. '이게 맞나?' '이래도 괜찮은 걸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여기에 더불어 요즘 2030의 고질병과도 같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시작을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계속된 고민 속에 내가 내린 결론은 한결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짊어져야 할 책임감과 눈 앞의 벽은 점점 두터워져만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더 힘들어지기 전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빠르던, 느리던 속도는 그리 상관이 없다. 어쩌면 '오늘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젊은 날'이라는 클리셰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Imposter Syndrome(가면 증후군) : 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심리이다. 높은 성취를 이루었는데도 그것을 과대평가된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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