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버스 맨 앞자리
어릴 적 방학 때 마다 엄마 손 꼭 붙잡고 올라왔던 서울과 경기도. 오빠와 나는 지하철이 올 때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이 좋아서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자고 조르곤 했었다. 그 땐 지금처럼 지하철에 안전문도 없어서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었더랬지. 생각해보면 그 사소함이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싶지만 대상이 달라졌을 뿐 나는 여전히 사소한 것들을 사랑한다.
지금은 거의 매일 지하철을 타기에 거의 애증이다, 애증이야. 열개가 넘는 수도권의 지하철들은 복잡해보일 수도 있지만 백개가 넘는 버스들 보단 낫겠거니. 카카오 지하철 어플을 켜면 지하철 시간표가 어떻게 되는지, 몇분정도를 걸어야 환승을 할 수 있는지, 몇시몇분에 도착을 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가끔은 내가 카카오 지하철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애증의 지하철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요즘 버스가 더 좋다. 기사님의 대각선 맨 앞 창가자리. 그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꼽고 좋아하는 노래를 한곡반복으로 들으며 앞 옆의 창문을 보고 있으면 너무너무 여유롭다. 으. 이걸 이렇게 밖에 표현 못하다니! 아무튼 세상 여유로움과 상쾌함을 내가 다 가진 것만 같은 착각을 주는 그런 곳. 창 밖 구경이 지겨울 때 쯤에는 창문에 기대서 잠을 청하곤 한다. 이상하게 나는 딱딱한 창문에 머리를 기대는게 편하더라. 버스 맨 앞자리, 창 밖 구경을 하다가 질릴 쯤 창문에 기대서 잠들기. 나는 그런 사소함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