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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r 03. 2022

그냥 뭘 하려고 하질 말자

근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

요새의 나는 축 늘어져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고 있다.


침대에 누워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도 많이 보고 카톡도 많이 하고, 책도 뒤적거리고, 일기도 조금 쓴다. 물론 잠도 많이 잔다. 내 몸 하나 누일 딱 그 정도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하고 있다.


하루에 8시간 내지는 9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는 것. 잘못된 것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든, 남에게 피해만 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근데 왜,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는데,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까.


그림이라도 그릴까 글이라도 열심히 쓸까, 생각은 하는데, 손이 안 간다. 운동을 다녀올까 아니면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싶지만, 역시나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각으론 드릉 드릉 하는데, 몸이 쉽사리 따라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안 하고 싶은 것일까? 헷갈린다. 머리가 하고 싶은 것이 찐일까, 몸이 하고 싶은 게 찐일까.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경우, 내 경험 상, 면밀히 살펴야 할 곳은 마음이다. 머리와 몸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마음에게 주는 가산점이 제일 높다. 내 마음은 왜소하고 나약하다. 그래도 솔직하고 투명하다. 그러는 동시에 소심하기도 하다.


마음아 나는 왜 누워만 있을까?

- 네가 에너지가 부족하잖아.. 체력이 약해서 그런 거 같아..


근데 왜 이렇게 뭔가를 하고 싶을까?

- 솔직히..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잖아.. 겉으론 존중한다면서..


마음아 그럼 뭐라도 열심히 해야 할까?

- 괜한 죄의식에 뭘 하려 들지 마.. 하면서도 하기 싫어하잖아.. 너..


근데 누워만 있으면 찜찜해

- 최대한 자기 합리화를 해봐.. 누워있는 건 불가피한 것이야.. 편한 게 최고라고..


그게 잘 안돼

- 그렇다면.. 내 상태가 그런 상태구나..라고 알고 넘겨


그래도 방법이 없을까?

- 응.. 없는 거 같아.. 이제 그만 고민해.. 지겨워..


그렇다. 나는 그런 상태다. 무엇을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워만 있는 것에 대한 죄의식에 의해서 뭔가를 하려고 드는 것이다. 이 죄의식을 떨쳐내는 것이 방법이겠지만, 그게 쉽사리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의 조언은, 그냥 이런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해주고, 지나가길 기다리라는 것이다. 맞아. 그냥 이런 상태일 때도 있는 거지, 곧 머리나 몸이나 누군가가 이기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는 좀 찝찝한 상태로 편히 누워나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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