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자에서 영주권까지, 끝없이 나를 찾는 여정
캐나다에서 살면 살림살이가 한국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워킹홀리데이 때는 최저임금 풀타임으로 일해도 비싼 렌트비 때문에 저축은커녕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빴다.
살림살이가 그나마 나아지기 시작한 건 캐나다에 도착한 지 약 1년 반쯤 지났을 때, 주방에서 개처럼 일하면서부터였다. 그제야 비로소 저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살며 엄마가 해주는 밥을 편하게 먹었다. 그러나 인생 첫 자취를 시작하며 절약의 필요성을 배우게 되었다. 혼자 살 때는 먹고 싶은 만큼만 식재료를 사서 간단히 요리해 먹으면 됐기에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함께 살게 되면서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서로 먹고 싶은 음식도 만들다 보니 식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했다.
본격적으로 절약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다운타운에서는 사람들이 공원 등지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에게 다가가 빈 캔을 모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고, 홈리스들이 캔을 모아 판매하는 것도 보았다.
우리는 둘 다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늘 집에 맥주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빈 캔을 모아 팔기로 했다.
캐나다에는 빈 캔이나 음료병을 팔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다. 바로 Return-it이라는 곳이다. 되팔 수 있는 용기는 캔, 와인병, 맥주병, 플라스틱 우유병 등 음료를 담았던 대부분의 병이나 팩이다. Return-it에서 음료병을 환급받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키오스크 스티커 등록 방식
우리가 처음 이용했던 곳은 흰색 투명 봉투에 음료 용기를 담아 키오스크 기계에 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봉투 수량에 맞는 바코드 스티커가 출력된다. 이 스티커를 봉투에 붙여 제출하면 직원이 개수 확인 후 내 계정에 금액을 적립해 준다. 모인 돈은 나중에 은행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 맡기기만 하면 끝나서 편하다. 단, 현금화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2) Express 즉시 환급 방식
지금 살고 있는 곳은 Express 방식이다. 봉투에 담아 가져가서 직접 개수를 세고, 직원에게 말하면 바로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 기다림 없이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우리는 이렇게 받은 돈을 따로 모아 비상금으로 관리하고 있다. 소소한 절약이지만, 꾸준히 모이면 제법 쏠쏠하다.
참고할 점은, 캐나다에서는 음료를 살 때 이미 환경비용과 보증금을 함께 지불한다. Return-it을 이용하면, 이 비용을 되돌려받는 셈이다.
최근 시작한 또 다른 절약 방법은 영수증 앱을 이용하는 것이다.
1) Receipt Hog
물건을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을 앱에 업로드하면 코인을 준다. 일정 코인이 쌓이면 아마존 기프트카드나 비자 기프트카드로 교환할 수 있다.
2) Amazon Shopper Panel
아마존이 직접 운영하는 앱이다. 영수증을 업로드할 때마다 장당 50센트가 적립된다. 매달 최대 5달러까지 받을 수 있으며, 가끔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추가로 더 받을 수도 있다. 내가 받아본 최고 금액은 약 12달러였다. 작은 금액이지만, 모이면 생활비 보탬이 되고 약간의 재미도 있다.
캐나다 은행들은 대부분 계좌를 유지하는 데 매달 14~16달러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잔고가 4,000달러 이상이면 면제되지만,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시스템이라 큰 돈을 은행에 묶어두는 것이 아까웠다. 처음에는 계좌유지비를 내며 사용했지만, 1년에 168달러를 내는 것이 점점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계좌유지비가 없는 은행을 찾아보게 되었고, 결국 Tangerine Bank로 정착했다.
Scotia Bank ATM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상담사 연결도 쉽고, 현금 인출 한도도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현재 약 반년 정도 사용 중인데 큰 불편함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Flipp은 마트별 할인 전단지를 모아 볼 수 있는 앱이다. 사고 싶은 재료나 물건을 검색하면 가장 저렴한 곳을 알려주고, 장보기 목록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덕분에 장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최저가를 비교하고, 필요한 것만 살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최저가를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었지만, 직접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식재료 하나를 살 때도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됐다.
돈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방법들을 통해 조금씩 절약하고, 스스로 생활을 관리해나가는 힘을 키워가고 있다. 부자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현명하고 슬기롭게 소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