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몇 년 전 봄에 찍었던 벚꽃 사진을 보았습니다. 겨우내 앙상한 나뭇가지였다가 하얗고 풍성한 꽃의 모습으로 변신한 벚꽃 나무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잎이 나기도 전 꽃을 피워 낼 만큼 뭐가 그리도 급했을까... 따뜻한 봄의 향기가 그리웠을까 아님 누군가에게 봄의 소식 전하려고 그리도 마음이 급했을까.....
봄의 꽃 중에는 벚꽃 외에도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개나리, 목련, 산수유, 진달래, 매화나무, 생강나무 등등... 꽃이 먼저이고 잎이 나중인 나무들입니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이라 잎과 같이 피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어색하기도 합니다. 보통의 꽃은 초록 잎사귀에 둘러 쌓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만 봄의 꽃들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에 맞서 홀로 꽃을 피워 냅니다. 한편으로는 잎사귀에 대한 배려일까요... 사람들이 잎사귀에 둘러 쌓인 꽃에만 관심을 두니 꽃이 지고 연두 빛 여린 새 잎의 싱그러움을 온전히 보이려고 그런 걸까요...
홀로 앙상한 나뭇가지를 살려 내는 봄꽃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운과 추위를 견뎌낸 생명의 따듯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꽃마음으로 우리를 살게 하고 그 에너지를 받아 우리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되라고 이렇게 서둘러 꽃을 피워 내는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