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을 쉬어 보았다
바쁘게 지내 보기도 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도 보고
글이라는 게 참 이상하지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그냥 그렇게 또 살아지더라
잠시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내 시선이 머무는 곳 어디에서나
감출 수 없어 툭 튀어나오는
석류알의 빠알간 수줍음으로
나는 결국 들키고 말았다
해 질 무렵 어느 날에도
낙엽 지는 어느 가을 오후에도
비어 있다 생각한 시의 집에
따스한 가을 햇살처럼
쓸쓸했던 내 자유를
잠잠하게 비추고 있었다